내용요약 노영민·홍남기·은성수 등 靑 참모진 줄줄이 주택 처분 의사 밝혀... 야당 공세 강화 "제도 정비 않고 무작정 처분은 반헌법적" 지적
최근 보유 주택 처분 의사를 밝힌 노영민(왼쪽)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청와대에 때아닌 ‘주택 처분’ 바람이 불고 있다. 고위공직자 중 다주택자가 다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여론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그동안 정부가 다주택자를 소위 ‘투기꾼’으로 간주했던 터라 반발이 더욱 거세다. 잃어버린 신뢰를 찾기 위해 정부가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 청와대 주요 참모들이 일제히 보유한 주택을 내놓겠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노 실장이 출발선을 끊었다. 그는 지난 2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 중 다주택자들에게 “법적으로 처분이 불가능한 경우가 아니면 이달 중으로 1주택을 제외하고 처분하라”고 강력히 권고했다. 그리고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와 충북 청주시 아파트 중 후자를 매물로 내놨다. 최초 반포 아파트를 처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발표 약 45분 뒤 번복됐다.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반포 아파트를 지킨 것을 두고 소위 ‘똘똘한 한 채’ 전략을 구사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노 실장은 “서울 소재 아파트엔 가족이 실거주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부랴부랴 반포 아파트도 처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송구스럽다”고 무릎을 꿇었다.

다음 타자는 홍 부총리였다. 그는 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1주택자가 아니라는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는다”며 자신이 보유한 경기 의왕 아파트와 세종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권 중 의왕 아파트 매각을 의뢰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갖고 있던 세종 아파트 가계약 소식을 알리면서 다주택자 꼬리표를 뗐다.

이처럼 주택 처분 레이스가 펼쳐진 이유는 지난달 17일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규제가 강화되면서 부작용과 불만이 쏟아진 가운데 지난 10일 발표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추가 보완책이 나왔다. 대책이 끊임없이 나옴에도 집값이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앟으면서 피로도가 쌓였다.

아울러 그간 정부가 투기꾼으로 못박았던 다주택자가 청와대 내에도 여럿 존재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면서 민심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여당을 비롯한 청와대 고위 관료들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나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각 부처는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 고위공직자 주택보유 실태를 조속히 파악하고 다주택자는 하루빨리 매각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해달라”고 말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며 “실거주 외 주택의 신속한 처분을 권고한다”고 다주택 공직자를 압박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좋은 정책과 정책 신뢰는 정책 성공의 쌍두마차”라며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정책 성패 여부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확한 정책이 적시에 시행되고 국민이 정부의 정책 의지를 신뢰하면 부동산 가격도 얼마든지 통제가 가능하다”며 “그러나 국민이 정책을 의심하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별무효과”라고 지적했다. 또 고위공직자가 아예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부동산백지신탁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만큼 여권에서 부동산 관련 민심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공직자라는 이유로 엄연히 사유재산인 집을 반강제적으로 처분시키는 게 맞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통합당 의원도 다주택 처분에 동참해달라'는 여권의 요구에 대해 “집을 팔라고 하는 것은 무능함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시장 원리가 작동되도록 해야지, 무작정 (보유 주택을) 처분하라는 건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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