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우리공화당원 및 지지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이는 앞선 항소심에서 선고된 징역 30년보다 10년이나 감형된 결과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서 국정농단 및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는 전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총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재직 중 뇌물 관련 혐의에 대해 징역 15년에 벌금 180억원을, 뇌물 이외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한 추징금 35억원 부과를 명령했다.

앞서 파기환송 전 항소심은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관련 혐의와 국정원 특활비 혐의를 별도로 심리했고, 각각에 대해 징역 25년과 징역 5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와 비교하면 이번 파기환송심은 기존 형량보다 10년이나 감형된 결과다.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이 대폭 감형된 배경에는 ▲대부분의 강요 혐의 무죄 ▲넓어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해석 ▲박 전 대통령의 고령의 나이 등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파기환송심에서 박 전 대통령의 강요 혐의는 대부분 무죄로 판단됐다. 이는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 따른 것으로, 단순히 대통령 지위에 기초해 이익 제공을 요구했다고 바로 '해악의 고지'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요구가 대기업 회장 등과의 단독 면담 자리에서 이뤄졌는데, 상대방이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해악에 이를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고 평가할 만한 언동 등의 사정이 없다고 봤다.

또한 전국경제인연합회 또는 기업 관련자들이 박 전 대통령 요구를 받고도 따르지 않으면 인허가 어려움, 세무조사 등을 받게 된다고 예상할 만한 사정이 없고,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하는 협박으로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전경련 등에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모금을 요구한 강요 혐의와 현대자동차에 납품 계약체결 요구 및 광고 발주를 요구한 강요 혐의, 롯데그룹에 70억원 지원을 강요한 혐의 등은 모두 무죄 판단됐다.

대법원이 지난 1월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상고심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한 판단 기준을 다시 세운 것 역시 박 전 대통령이 대폭 감형받을 수 있었던 원인으로 평가된다. 이를 반영한 듯 박 전 대통령의 포스코·KT 관련 직권남용 혐의 등도 무죄가 선고됐다.

뿐만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의 나이가 고령인 점도 감형 사유로 판단된다. 재판부는 "오늘 선고하는 형이 그대로 집행된다고 볼 경우, 예정되는 시점에서의 박 전 대통령 나이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4월 구속됐으며, 기존에 확정 판결이 난 징역 2년에 이날 선고된 징역 20년을 더 하면 산술적으로 2039년 4월에 출소할 수 있다. 올해 68세인 박 전 대통령의 나이를 감안하면 만기 출소할 경우 87세가 돼야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득이 별로 없고, 이 사건으로 정치적 파산선고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인 점도 양형 사유로 고려됐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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