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 /KPG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18세’ 김주형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역사를 다시 썼다. 코리안 투어 프로 선수 최연소 우승과 입회 최단 기간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김주형은 12일 전북 군산 컨트리클럽 리드ㆍ레이크 코스(파71ㆍ7130야드)에서 열린 KPGA 군산CC 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를 엮어 2타를 줄여 합계 16언더파 268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19세 김민규(14언더파 270타)를 2타 차로 제치며 코리안 투어에 출전 2회 만에 정상에 올라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 다양한 우승 기록 경신

이날 우승은 그에게 여러 의미를 가진다. 우선 데뷔전이었던 지난 주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에서 연장 접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한 아쉬움을 날려버린 우승이다. 우승 상금 1억 원과 지난 주 준우승 상금 5000만 원을 합쳐 시즌 상금 1억5000만 원이 된 그는 이 부문 선두로 올라 섰다.

코리안 투어 프로 선수 최연소 우승(18세 21일)과 KPGA 입회 후 최단 기간 우승(3개월 17일) 신기록도 세웠다. 2011년 NH농협 오픈에서 이상희(28)가 기록한 19세 6개월 10일의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고 2008년 김경태(34)가 세운 4개월 3일의 입회 최단 기간 우승 기록을 앞당겼다.

어린 시절 중국과 필리핀, 태국, 호주 등에서 골프를 배운 김주형은 지난해 17세의 나이로 아시아프로골프투어 파나소닉 오픈에서 프로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올 시즌은 물론 2023년까지의 코리안 투어 출전 시드를 확보했다.

김주형은 마지막 날 14번홀(파4)까지 재미동포 한승수(34)와 공동 선두를 달렸다. 승부는 15번홀(파4)부터 김주형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김주형은 버디를 낚은 반면 한승수는 보기를 기록하며 동타였던 스코어는 순식간에 2타 차로 벌어졌다. 김주형은 16번홀(파4)에서 티샷을 페널티 구역으로 보내 위기를 맞았지만 가까스로 파 세이브하며 선두를 지켰다. 송경서(44) JTBC 골프 해설위원은 “16번홀 페어웨이가 좁아 보이긴 해도 벙커를 넘겨서 과감하게 쳤어야 했는데 선수 본인도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 티샷 실수가 나왔다”며 “그래도 파 세이브를 해냈다. 어린 선수인데 힘든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전혀 없었다”고 평가했다.

17번홀(파3)에서 파를 기록한 김주형은 버디를 잡은 한승수에게 다시 1타 차 추격을 허용했지만 18번홀(파4)에서 전략적인 플레이로 우승을 확정했다. 송경서 위원은 “김주형은 가장 어려운 홀이었던 18번홀에서 한승수가 실수하는 걸 보고 드라이버 대신 3번 우드를 잡고 티샷을 했다. 영리하게 플레이했다”고 짚었다. 김주형이 18번홀에서 3번 우드로 티샷을 한 건 코스 형태상 드라이버를 잡고 치면 실수가 날 확률이 높이 때문이었다. 그는 어린 선수였지만 관록을 드러냈다.

◆지난 주 준우승 만회한 기쁨

김주형은 경기 후 “어려운 날이었는데 시즌 첫 우승을 거둬서 기쁘다. 사실 그 동안 아쉬운 게 많았다. 기회가 와도 그걸 잡지 못했다. 지난 주 연장전에서 졌을 때 속상하고 힘들었다. 다음날 새벽에 잠이 잘 안 오더라. 그래서 오전에 연습장에 갔다. 이번엔 우승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우승 비법은 없다. 힘들게 공을 쳤는데 운 좋게 우승했다. 15번홀 버디 퍼트를 넣었을 때 선두에 있다는 느낌이 오니깐 긴장이 되긴 했다. 바로 다음 홀에서 티샷 미스가 나왔는데 리커버리가 잘 됐다. 연습한 걸 잘 믿고 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힘주었다.

그의 세계랭킹은 기존 113위에서 100위 이내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김주형은 “올해 코리안 투어 대회에 꾸준하게 나올 생각이 있다. 시작이 좋아서 다행이다. 남은 대회들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송경서 위원은 김주형을 두고 “이 정도로 잘 칠 줄 몰라서 놀랐다. 과연 이 선수가 어디까지 더 발전할지 기대가 된다”고 언급했다.

지난 2015년 일본프로골프투어 퀄리파잉스쿨 수석 합격에 빛나는 한승수는 18번홀에서 더블보기를 내며 2위 김민규에도 1타 뒤진 3위(13언더파 271타)로 밀렸다. 함정우(26)와 박은신(30) 역시 마지막 날 순위가 내려갔다. 함정우는 이날 1오버파 72타를 기록해 최종합계 11언더파 273타가 되면서 전규범(23)과 함께 공동 5위에 올랐다. 박은신은 5오버파의 부진한 성적으로 최종합계 7언더파 277타 공동 23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대회 3번째 우승에 도전한 주흥철(39)도 같은 순위에 그쳤다. 역시 대회 3번째 정상을 노렸던 이수민(27)은 2라운드에서 합계 2오버파 144타(공동 101위)로 컷탈락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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