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앨버트로스 다음 날 컷탈락... 천당ㆍ지옥 오간 이정은
[현장에서] 앨버트로스 다음 날 컷탈락... 천당ㆍ지옥 오간 이정은
  • 부산=박종민 기자
  • 승인 2020.07.12 18:26
  • 수정 2020-07-12 18:26
  • 댓글 0

이정은. /KLPGA 제공
이정은. /KLPG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공이 홀컵에) 들어갔어?”

2017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전관왕 출신이자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상을 수상한 ‘핫식스’ 이정은(24)의 입이 쩍 벌어졌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0위인 정상급 프로골퍼 이정은도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이정은은 11일 부산 기장군 스톤게이트 컨트리클럽(파72ㆍ6491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신설 대회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총상금 10억 원) 1라운드 5번홀(파5)에서 기준 타수보다 3타 적게 치는 앨버트로스를 기록했다.

취재진의 분위기도 들썩였다. 앨버트로스는 프로 선수들도 평생 한 번 하기 어려운 기록이다. 성공 확률은 대개 200만분의 1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LPGA 투어에서 앨버트로스가 나온 것은 이번이 통산 7번째다. 기자가 골프 종목을 취재한 이래 투어 대회에서 앨버트로스가 나온 건 3번째다. 지난해 4월 롯데 렌터카 여자오픈 전우리(23)가 기록한 것이 가장 최근 사례였다. 이정은의 앨버트로스 성공 과정을 보면 단순한 ‘운(運)’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공할 만한 드라이버 비거리와 영리한 코스 운영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이정은은 오른쪽으로 살짝 휜 5번홀 468m 코스를 최단 거리인 직선으로 공략했다. 그는 드라이버 티샷으로 225m를 보냈고, 4번 아이언으로 세컨드 샷을 해 물과 벙커를 넘겨 190m를 보냈다. 그린 끝에 떨어진 공은 3차례 크고 작은 바운스가 된 후 깃대를 맞고 홀컵에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경기 후 만난 이정은은 여전히 들뜬 기색이었다. KLPGA 투어에선 동명이인 선수들을 구분하고자 이름 뒤에 숫자를 붙이는데 이정은의 이름 뒤에는 숫자 ‘6’이 붙어 있다. 이정은은 데뷔 때부터 늘 ‘6’이라는 숫자를 행운의 숫자로 여겨왔는데 이날 그의 스코어는 공교롭게도 6언더파 66타였다.

공동 5위에 오른 그는 “평생 할 수 없을 수도 있는 앨버트로스를 기록해서 정말 영광이다. 깜짝 놀랐다”고 소감을 말했다.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선 “앞 바람이 불었고, 공을 치는 순간 느낌이 좋았다. 그린 앞에 벙커가 있었기 때문에 무조건 벙커를 넘기려고 했다. 유틸리티를 치면 핀을 넘어갈 것 같아서 4번 아이언을 잡고 전력을 다해 쳤다”고 떠올렸다.

그는 “공이 그린에 떨어진 것은 봤지만, 그대로 홀로 들어갈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동반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이 알려줘서 그때 알게 됐다”며 “팬 분들이 함께 대회장에서 목격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홀인원보다 더 어렵다는 앨버트로스를 생애 처음 경험해 홀까지 걸어가는 동안 소름이 돋아있었다. 행운의 샷을 주셨으니 잘 활용해서 우승하고 싶다”고 웃었다.

그러나 이정은은 대회 둘째 날 극도로 부진했다. 그는 12일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3개, 더블보기 2개를 엮어 5오버파 77타를 적어냈다. 중간합계 1언더파 143타가 되면서 공동 선두(13언더파 131타) 임희정(20), 박현경(20)과는 무려 12타 차로 벌어졌다. 이 대회는 당초 10일 예정됐던 1라운드가 악천후로 취소되면서 예비일인 13일(월요일)까지 사용해 기존처럼 3라운드(54홀) 대회로 진행되지만 이정은은 결국 컷탈락해 짐을 쌌다. 하루 간격으로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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