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심석희·최숙현 없다…다음달 시행, 운동선수보호법 '한계' 여전
제2의 심석희·최숙현 없다…다음달 시행, 운동선수보호법 '한계' 여전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0.07.14 16:00
  • 수정 2020-07-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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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숙현 선수 봉안당 앞에서 묵념 중인 최윤희 문체부 제2차관. 연합뉴스
고 최숙현 선수 봉안당 앞에서 묵념 중인 최윤희 문체부 제2차관.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체육계 폭행·성폭행을 근절하기 위한 입법 조치를 약속드린다."

지난해 1월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운동선수보호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발의를 약속했다. 이날 의원들은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전 코치 조재범으로부터 상습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한 데 대해 "더 이상 체육계의 폭행과 성폭행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하나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운동선수 보호법 발의를 약속하면서 '스포츠 윤리센터' 설립을 통해 선수 인권 침해 사건을 조사하고 고발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1년6개월여가 지난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가 들어섰지만 운동선수보호법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그나마 다음 달 4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 사이 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국가대표 출신 고 최숙현 선수가 전 소속팀 경주시청 내 감독과 팀 닥터, 주장 선수의 상습적인 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재발 방지를 직접 주문하고 나섰지만 현실은 여전히 국민적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음 달 시행을 앞둔 운동선수보호법도 후속 조치는 없고 준비도 미흡해 유명무실할 가능성이 높다. 

◆인권 보호 첨병 스포츠윤리센터, 구체적 시행령도 없어

조재범 성범죄 사건 이후 촉발된 운동선수보호법의 핵심은 문화체육부산하에 스포츠윤리센터라는 기관을 만들어 선수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행령은 없다. 대신 '신고 접수와 조사'라고만 명시돼 있다. 추상적인 조항 이외에 구체적인 조사나 피해를 구제할 방법 등은 없는 상황이다. 스포츠인권센터의 상황도 문제다. 직원은 모두 25명이며 선수 피애와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실무자는 단 13명에 불과하다.

문체부는 개선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최숙현 선수 사망과 관련해 특별조사단이 진상을 철저하게 밝힐 때까지 운영할 계획"이라면서 "최숙현 선수가 제보한 사항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적정성을 살펴보고 선수 인권 침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스포츠윤리센터를 통해 스포츠계 비리 및 인권침해 사례에 관한 신고접수 및 조사와 예방 교육 등을 독립적으로 운영해 체육계의 고질적인 카르텔을 차단하겠다는 운영 방침도 내놨다. 

여야 간 정쟁 여파로 운동선수보호법 등 처리가 늦어졌다. 연합뉴스
여야 간 정쟁 여파로 운동선수보호법 등 처리가 늦어졌다. 연합뉴스

◆운동선수보호법 시행 왜 늦어졌나

지난해 1월10일 문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체육계 인권 보호를 위한 초당적 성명을 발표한 뒤 실제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1월9일)하는 데만 1년이 걸렸다. 왜 이렇게 늦어졌을까. 시작은 지난해 3월에 있었던 7개 부처 개각이다. 이후 여야 대치가 급격히 심화됐다. 운동선수보호법을 상정 예정했던 지난해 3월27일 문체위 여야 위원은 인사청문회보고서 채택을 두고 대립하다 끝내 파행으로 끝났다. 결국 운동선수보호법은 지난해 7월에야 문체위를 통과했다. 

법사위 심의 역시 패스트트랙으로 올린 공수처법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쉽사리 진행되지 못했다. 여기에 공직선거법개정안까지 더해져 정치권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결국 운동선수보호법은 지난해 11월에야 법사위를 통과했고, 본회의도 올해 1월9일에야 넘었다. 스포츠윤리센터 발족이 늦어지면서 고 최숙현 선수와 같은 피해사례가 발생했다. 최숙현 선수는 2월부터 사망 전날까지 4개월 넘게 국가인권위원회, 검찰, 경주시청, 대한체육회, 철인3종협회에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고 있다는 진정서 등을 제출했지만 도움의 손길은 없었다. 

정치권이 스포츠윤리센터가 조사 기능만 있고 대한체육회 산하단체에 대한 강제 조사 권한이 없는 등 한계가 분명한 사실을 인지하고 제2, 제3의 심석희, 최숙현 선수와 같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한계를 보완해 운동선수 인권 확보에 발벗고 나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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