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애플 실리콘 탑재 소식에 사용자들 '우려'…전문가 "크게 우려할 상황 아냐"
벤치마크 점수 '합격점'…인텔 i5, 서피스 프로X와 동급
WWDC2020에서 공개된 새로운 맥 OS 'Big Sur'(빅 서) /애플코리아 제공

[한스경제=마재완 기자] 지난달 23일 애플이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WWDC) 2020'에서 '애플 실리콘'을 발표했다. 애플 실리콘은 애플이 자체 개발한 컴퓨터용 프로세서로 향후 출시될 맥 제품군에 탑재된다. 

발표 당시 애플이 제품 생태계 강화에만 힘쓰고 유저 편의성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현재 제기되는 비판의 상당수가 기술적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 부분이라고 설명하고 있어 상반된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프로그램 호환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자생전략' 판짜기에 나섰다.

최근까지 애플은 맥, 맥북 제품군에 인텔에서 제공하는 프로세서를 사용해왔다. 그간 모토로라 68k, IBM 파워PC, 인텔 x86 등 다양한 프로세서를 채용해온 애플은 2020년을 기해 프로세서 '독립'에 성공했다.

애플 실리콘 개발은 전력 효율화와 성능 향상이 표면적 이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이폰과 맥,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애플 생태계 강화가 진짜 목적이라고 강조한다.

리눅스 창안자인 리누스 토발즈는 "애플이 애플 실리콘 프로세서를 사용하게 되면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 보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애플 실리콘 출시는 단순 절전 효율을 넘어 더 큰 가능성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애플은 최근 업데이트 한 iOS(아이폰 운영체제)에서 아이패드 OS와 일부 유사한 유저 인터페이스(UI)를 선보인 바 있다. 지난 WWDC2020에서는 애플 실리콘과 함께 새로운 맥 OS인 'Big Sur'를 선보여 아이패드 OS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제품을 넘나들며 일관된 UI를 제공하겠다는 애플의 복안으로 풀이된다.

유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기존 인텔 프로세서 기반 제품 사용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프로그램도 어떤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구성됐는지에 따라 프로그램 내부 형식이 달라진다. 그간 맥 제품군도 인텔 프로세서를 채택해온 만큼 그에 맞는 형식으로 여러 프로그램이 개발, 제공돼 있는 상태다. 기존 맥 제품군 사용자들은 인텔용으로 출시돼 있는 프로그램들의 향후 업데이트나 추가 개발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아울러 인터넷 커뮤니티와 포털을 중심으로 기존에 사용 가능하던 윈도우 OS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혼란이 야기된 상황이다.

WWDC2020에서 공개된 유니버설바이너리2(왼쪽)와 로제타2 프로그램 /WWDC2020 동영상 캡처

애플은 이러한 우려에 대비, 지난 WWDC2020에서 애플 실리콘과 ‘로제타2’를 함께 공개했다.

로제타2는 일종의 번역기로 타 프로세서 기반 파일을 다운로드 하면 로제타2가 새로운 파일캐시를 이용, 해당 파일을 인텔, 애플 실리콘용 두 가지 프로세서에서 모두 실행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준다. 이러한 파일 형태를 ‘유니버설바이너리2’라고 칭한다. 두 가지 형식의 실행 파일을 묶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용량이 크고 무겁지만 실행 시 성능 저하가 거의 없어 쾌적한 사용 환경을 제공한다.

IT 전문가들도 애플 실리콘 탑재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과하다고 지적한다. 애플이 추구하는 '완전한 애플 생태계 구축'을 고려한다면 인텔 프로세서 퇴출은 예고된 상황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윤성관 한양대학교 컴퓨터 소프트웨어학부 겸임교수는 "애플이 인텔 프로세서를 벗어나는 것은 이미 예상되던 상황이었다"며 "이번 WWDC2020에서 애플이 로제타2를 이용해 포토샵 등 전문가용 프로그램도 무리 없이 시연한 만큼 향후 애플 실리콘 기반 프로그램으로의 전환도 별다른 부작용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향후 애플 실리콘 프로세서가 본격적으로 탑재돼도 프로그램 호환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어 윤 교수는 "일반인이 자주 사용하는 MS워드, 파워포인트, 키노트 등 연산이 적고 가벼운 인텔 기반 프로그램은 로제타2를 이용해 실행해도 애플 실리콘용으로 제공된 프로그램 수준의 성능을 보여줄 수 있다"며 "애플 실리콘이 탑재 되더라도 가상화 프로그램을 사용해 윈도우 OS는 계속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속도가 저하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 실리콘 전용 윈도우 OS를 따로 제공하지 않으면 쾌적한 사용 환경은 제공되기 어려울 수 있어, 특히 한국 사용자들의 불편함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지난달 발표된 애플 실리콘의 벤치마크 점수는 싱글코어가 730~840점 내외, 멀티코어는 2600~2900점을 기록했다. 이는 ‘인텔 코어 i5-1030NG7 프로세서’(2778점)과 유사한 수준이며 싱글코어 726점, 멀티코어 2831점을 기록한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프로X 대비 소폭 높은 수치다.

애플 실리콘은 싱글코어, 멀티코어 모두 준수한 벤치마크 점수를 획득했다. /긱벤치 제공

마재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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