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이창진(왼쪽)-김호령.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KIA 타이거즈 외야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포지션은 단연 중견수다. 어느 팀에 가도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는 이창진(29)과 김호령(28)이 포진하고 있다. 

이창진은 지난 시즌 KIA의 대표 히트상품이었다. 내야수와 외야수를 오가며 멀티포지션을 소화한 그는 지난 시즌 빼어난 타격과 준수한 수비를 보여주며 주전 중견수로 발돋움했다. 2014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최다인 13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0 6홈런 48타점 57득점 8도루 OPS 0.746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시즌이 끝난 뒤 한국 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한은회)가 선정한 '최고 신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올 시즌 주전 중견수는 무난히 이창진(29)으로 굳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이창진이 캠프 연습경기에 들어가기 직전 고질인 허리 디스크가 재발해 조기 귀국하고 말았다. 시즌 초반 유망주 최원준(25)이 대신 주전 중견수로 뛰었지만, 공수 모두 기대치를 밑돌았다. 이창진이 이탈하고 최원준이 주춤하면서 생긴 틈을 ‘예비역’ 김호령이 파고들었다.

2015년 KIA에 입단한 김호령은 1군서 백업 외야수로 활약하며 ‘메이저리거급 수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비 범위가 워낙 넓어 ‘호령존’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2017시즌이 끝난 뒤 경찰야구단에 입대한 그는 약점으로 지적 받았던 타격 능력 향상에 매진했다. 지난해 8월 전역 후 손가락 부상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해 함평 2군에서 몸을 만들었다. 1군 캠프 기회를 놓치면서 경쟁자들에 비해 한 발 뒤처져 있었지만, 국내서 열린 청백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단숨에 맷 윌리엄스(55)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다. 지난해부터 발목을 잡았던 골반 통증에 허리 통증까지 생겨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으나 지난달 2일 1군에 올라온 뒤 주전 중견수로 자리 잡았다.

최근 이창진이 재활을 끝내고 1군에 복귀하면서 주전 중견수 다툼이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됐다. 윌리엄스 감독은 “이창진은 라인업 어디에서든 제 몫을 해줄 선수다. 그가 가세하면서 김호령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게 됐다”고 이창진의 합류 효과를 설명했다. 이창진과 김호령은 당분간 출전시간을 양분할 전망이다.

경쟁은 둘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고 있다. 이창진은 “(김)호령이가 너무 잘하고 있다. 저도 좀 더 자극됐다. 재활하면서 더 집중하고, 더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 경쟁하다 보면 배울 점이 있다. 서로 좋은 경쟁 상대가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호령도 지난해 경찰야구단에서 뛰던 당시 “(이)창진 형이 너무 잘하고 있어서 제 자리가 없을 것 같다. 자극이 많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살 터울의 젊은 중견수인 둘은 KIA 외야의 10년 대계를 책임질 선수들이다. 같은 포지션의 라이벌은 선수 개인의 성장을 끌어내는 촉매제 구실을 한다. 이창진과 김호령이 ‘시너지’ 효과를 낼지 지켜볼 일이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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