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아이돌 스타들이 견인하는 건 비단 K팝의 인기 뿐 아니다. 한국어로 된 랩과 노래 가사가 삽입된 K팝 노래들은 해외 팬들에게 자연스레 한국어에 대한 관심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좋아하는 스타의 이름을 한글로 쓰는 걸 연습하고 한글의 발음에 심취한 팬들이 늘면서 한국어로 된 노래에 대한 수요도 상승하고 있다.

■ "한글, 모양도 발음도 신기해요!"

유튜브나 트위터 같은 각종 SNS를 살펴 보면 K팝 팬들 사이에서 한국어가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영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등 자신들의 모국어로 글을 적으면서도 좋아하는 스타의 이름이나 '언니', '오빠', '막내' 같은 단어들은 한글로 표기하는 식이다. 국내 팬덤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들을 굳이 영어로 번역하지 않고 소리나는대로 '언니(Unnie)', '오빠(Oppa)'라고 표기하다 아예 한글 표기로까지 정착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외 팬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한국어 표현.

이런 배경엔 물론 K팝의 높은 인기가 있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의 메인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영어가 아닌 앨범으로 이례적인 1위를 거머쥐면서 한글, 그리고 한국어는 일부 마니아층만 알던 언어에서 친숙한 글자로 변화했다. 이후 슈퍼엠, 블랙핑크 등 많은 스타들이 한국어 노래로 빌보드의 메인차트인 빌보드 200, 빌보드 핫 100 상위권에 진입하며 더 이상 한국어는 변방의 낯선 언어가 아니게 됐다.

자음과 모음이 블럭처럼 결합하는 한글은 글자를 쭉 늘어뜨려 쓰는 해외 팬들이 가장 신기해하는 점이다. 많은 K팝 팬들이 SNS 공간에서 자신들의 한글 이름을 공유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K팝 한 구절을 손글씨로 써서 자랑하기도 한다.

■ 한국어 가사로 팝스타와 컬래버

이렇게 한글과 한국어에 대한 이해와 친밀감이 높아지면서 팝 시장에서도 한국 아티스트들에게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특히 팝스타와 노래를 하기 위해선 무조건 영어로 노래를 불러야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젠 한국어 가사를 그대로 노래에 살려 넣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 '하우 유 라이크 댓'을 발표하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블랙핑크는 무려 두 명의 굵직한 팝스타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하면서 한국어 가사를 사용했다. 지난 2018년 발표된 두아 리파의 '키스 앤드 메이크 업'이 그 시작이었다. 팝스타가 발표하는 영어로 된 곡에 피처링을 하면서 블랙핑크는 '아직도 너를 못 떠나고 뭘 하고 있는 건지 / 언젠가는 끝날 걸 떠날 걸 알고 있지만 고장난 우릴 다시 고쳐볼 수는 없을지 / 아무런 말도 하지마 마지막은 없어', '그래 뭐가 되었건 다 필요 없어 너면 됐어', '날 처음 만났던 설레던 순간 그때처럼' 등의 가사를 통해 한국어로 노래를 불렀다. 이 곡은 빌보드 핫 100 93위에 랭크되며 K팝과 팝 컬래버레이션의 가능성을 확인시켰고, 이에 힘입어 블랙핑크는 지난 5월 레이디 가가와 '사우어 캔디'로 입을 맞췄다. 이 노래에도 역시 '뜻밖의 표정 하나에 넌 당황하겠지 비싼 척이란 말들로 날 포장한 건 너야 너야', '거리낌 없는 눈빛에 넌 거릴 두니까 툭 까보면 어김없이 소릴 질러' 같은 한국어 가사가 삽입돼 있다.

블랙핑크가 참여한 '키스 앤드 메이크 업'(왼쪽)과 슈가가 참여한 '슈가스 인터루드' 가사.

방탄소년단의 슈가는 '작은 것들을 위한 시'에서 함께했던 할시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슈가스 인터루드'라는 곡을 작업했다. 이 노래는 할시의 보컬과 슈가의 랩으로 구성돼 있는데, 노래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랩 부분이 모두 한국어라 눈길을 끈다.

최근 아날리스라는 해외 뮤지션으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고 작업하고 있는 주영은 자신의 부분을 모두 한국어로 썼다면서 "상대로부터 가사를 한국어로 써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어에 대한 이해도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코로나19로 해외투어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K팝 스타들의 인기가 식지 않고 계속되면서 한글, 한국어에 대한 팝시장의 관심도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트위터, '키스 앤드 메이크 업', '슈가스 인터루드' 가사 캡처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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