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서울시청 앞 광장 추모객 100여명 이상 몰려
일부 지지자와 취재진 사이에 고성 오가기도
정치권과 인권계 의견 분분…고소인 A씨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다”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분향소.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8년 8개월여간의 서울특별시장 임기를 마치고 50여년 만에 고향땅 경남 창녕으로 돌아갔다.

13일 오전 박원순 시장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는 이날 이른 아침 발인을 마친 뒤 오전 7시 20분께 빈소가 마련됐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출발했다.

영결식은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진행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 등을 이유로 영결식 현장에는 유족과 시·도지사, 민주당 지도부, 서울시 간부, 시민사회 대표자 등 100여명의 제한된 인원만 참석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더불어민주당의 박홍근, 김원이 의원 등은 영결식장 입구에서 조문객들을 맞이하며 인사했다.

영결식장 벽에는 빔프로젝터로 박 시장의 웃는 얼굴과 함께 "시대와 나란히 시민과 나란히"라는 구절이 표시됐다.

행사 시작 1분을 앞두고 고인의 부인인 강난희 여사와 아들인 박주신 씨, 딸인 박다인 씨 등 직계가족이 입장했다.

영결식은 서울시와 tbs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생중계 됐다. 영결식 생중계가 끝난 직후인 9시 50분 기준 서울시 유튜브 채널의 생중계 조회수는 1만2600회였다.

영결식이 끝난 뒤 박 시장의 시신을 실은 운구 행렬은 서울추모공원으로 떠났다. 화장을 마친 시신은 낮 12시 51분께 추모공원을 떠났고 고향 경남 창녕에 묻혔다.

영결식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의원의 사회로 시작됐다.

고 의원은 “이제 손을 잡을 수도, 얘기 나눌 수도 없지만 남아 있는 우리가 해야 할 일, 만들어갈 세상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향악단이 연주한 추모곡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제3번 중 ‘에어’ 현악5중주에 대해서는 “고인의 가시는 길이 평온한 발걸음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마음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이 곡을 준비했다”며 “오늘도 바깥에는 빗줄기가 무척 거세게 내리고 있다. 많은 분들 마음속도 그와 비슷하리라는 생각이 든다”고 소개했다.

이어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 등 공동장례위원장 3인과 시민 홍남숙씨가 각자 조사를 통해 고인을 기렸다.

백낙청 교수는 최근 박원순 시장의 죽음과 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성추행 의혹을 겨냥하는 듯한 조사를 남겼다.

백 교수는 “내가 박원순 당신의 장례위원장 노릇을 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거의 20년 터울의 늙은 선배가 이런 자리에 서는 것이 예법에 맞는지도 모르겠다”고 조사를 시작했다.

이어 “지금은 애도의 시간”이라며 “애도가 성찰을 배제하지는 않습니다만 성찰은 무엇보다 자기성찰로 시작됩니다. 박원순이라는 타인에 대한 종합적 탐구나 공인으로서의 역사적 행적에 대한 평가는 애도가 끝난 뒤에나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며 마땅히 그렇게 할 것입니다. 지금은 애도와 추모의 시간입니다”라고 말했다.

서울광장을 둘러싼 언론사들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방송사들은 박 시장의 마지막 모습을 담기 위해 차량 위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외신 기자들도 눈에 띄었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력을 배치했지만, 우려와는 달리 박 시장 지지자와 반대자 사이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일부 지지자는 보수 매체 소속 취재진에게 욕설을 섞어 “여기가 어디라고 와!”라며 고함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지난 10일 오전 0시께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오전 10시 44분께 검은 모자를 쓰고 어두운 색 점퍼, 검은 바지, 회색 신발을 착용하고 검은 배낭을 멘 채 종로구 가회동 소재 시장공관에 나와 성북구 와룡공원에 오전 10시53분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오후 5시쯤 박 시장 딸이 “4~5시간 전에 아버지가 유언 같은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며 112에 신고했다.

박 시장은 수색 7시간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수색에는 기동대·소방관 등 770여명과 야간 열 감지기가 장착된 드론 6대, 수색견 9마리 등이 동원됐다.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으로는 지난 8일 전 비서가 A씨가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것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에는 박 시장이 2017년부터 근무 중과 퇴근 후 성추행과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 관련 수사는 당사자의 사망으로 수사가 중단됐고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정치권과 인권계는 “차분히 따져봐야 할 문제다”, “고인의 명복을 빌지만 명확한 사실규명이 필요하다”, “장례식 자체로 시비를 거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 등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배현진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많은 분이 찾던 박주신 씨가 귀국했다. 장례 뒤 미뤄둔 숙제를 풀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당당하게 재검받고 2심 재판 출석해 오랫동안 부친을 괴롭혔던 의혹을 깨끗하게 결론 내달라”고 요구해 당 안팎에서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박 시장을 고소한 A씨의 요청에 따라 관할 경찰서를 통해 신변보호를 하고 있다.

A씨는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대독한 서신에서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며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다. 용서하고 싶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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