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C서울 선수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지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LC) 8강전 결과는 한국 프로축구의 국제 경쟁력을 재확인한 무대였다. 돈의 논리를 앞세워 엄청난 물량 공세로 밀고 나온 중국 프로축구가 K리그를 대표하는 두 구단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위용 앞에 처참하게 무너졌다.

전북은 세계적인 명장 스벤 예란 에릭손(68ㆍ스웨덴)이 이끄는 상하이 상강을 완파했고 FC서울 역시 산둥 루넝을 가볍게 따돌리며 나란히 4강에 올라 한국 팀들끼리 동아시아 최강을 가리게 됐다. 4강에서 K리그 팀끼리 맞대결하기는 지난 2006년 전북과 울산 현대의 대결 이후 무려 10년 만이다. 전북과 서울의 4강 1차전은 28일 전주에서 열리고 2차전은 서울로 장소를 옮겨 오는 10월 19일에 치러진다.

한국에 무너진 중국은 시진핑(63) 국가주석의 강력한 의지 아래 ‘축구 굴기’를 외치며 지난 몇 년간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처음엔 광저우 헝다를 운영하는 부동산기업 헝다만이 지갑을 여는 모양새였다. 광저우가 2013년과 지난해 두 차례의 ACL 우승을 거머쥐면서 돈의 힘이 효과를 발휘하자 지금은 전 구단에 걸친 대대적인 투자가 일반화됐다.

중국 슈퍼리그의 급성장은 구체적인 액수로 확인이 된다. 축구 선수 및 이적 시장을 다루는 트랜스퍼 마켓에 따르면 상하이의 가치는 약 595억원, 산둥은 446억원에 달한다. 이는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와 스페인 1부리그 하위 팀들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전북은 224억원, 서울은 154억원이다. 금액으로만 놓고 보면 ‘1,041억원 대 378억원’의 대결로 기적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중국 프로축구가 외형적으로 급성장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막상 경기 내용에서는 아직 한국 프로축구에 많이 모자라는 걸 절감했다. 상하이를 잠재운 최강희(57) 전북 감독의 “축구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는 일침처럼 특급 용병 선수 몇몇 만으로는 단시간에 기존의 아시아 강호들을 넘기 힘들다는 것이 증명됐다. 상하이가 자랑하던 헐크(30ㆍ브라질)는 조직적인 전북의 수비진 앞에 고전을 면치 못했고 이탈리아 국가대표 출신으로 거액을 받고 산둥으로 옮긴 그라치아노 펠레(31ㆍ이탈리아) 역시 서울의 포백 수비에 꽁꽁 묶였다.

결정적인 원인은 토종 선수들의 풀(선수층)과 실력 차다. 오랜 역사에 걸쳐 형성된 깊고 넓은 한국 토종 선수들의 저변과 기량에 비할 바가 아니다. 뿌리부터 차근차근 다져진 한국 프로축구는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을 외국으로 내보내고도 국내 리그를 통해 그에 버금가는 선수들이 계속해서 발굴되고 있다. 서형욱 MBC 축구 해설위원은 “용병을 최대 5명 풀가동한다 해도 나머지 토종 선수들이 못 따라가면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무리 좋은 외국인 선수를 데려와도 토종 선수들의 기량이 받쳐주지 않는 한 실력 차를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아직은 한국과 격차가 있다”고 덧붙였다.

*트랜스퍼 마켓은?

트랜스퍼 마켓은 축구 선수들의 시장 가치를 전문적으로 체크하는 유럽에 기반을 둔 사이트다.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프로리그 구단의 가치를 추정해 순위를 매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0년에 생겨 이를 인용하는 세계의 주요 언론사가 꾸준히 늘어나는 등 공신력을 얻고 있다. 트랜스퍼 마켓이 지난 4월 공개한 레알 마드리드의 시장 가치는 8,723억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구 클럽에 올랐다. 2위는 6,227억원의 맨체스터 시티다. 트랜스퍼 마켓이 산정한 K리그 클래식 구단의 2016년 현재 시장 가치는 전북, 상주 상무(187억원), FC서울-울산 현대(이상 154억원), 수원 삼성(152억원) 순으로 톱5를 형성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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