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998년'서울대 성희롱 사건'에서 첫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 승소 이끌어
'성추행 피소' 박원순, 여성정책 강조했기에 더욱 충격일 수밖에 없어
성희롱 근절 캠페인 출범식 참여한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박원순 전 시장으로부터 오랜 기간 성추행을 당했다며 주장하는 전직 비서 측은 1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위력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 4년간 지속됐다"며 "집무실 안 내실이나 침실로 피해자를 불러 '안아달라'고 신체적 접촉을 하고,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초대해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나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해 피해자를 성적으로 괴롭혀왔다"고 했다.

특히 서울 시민들은 물론 누리꾼들은 박 시장이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여러 성폭력 사건을 맡아 피해자를 변호해오면서 승소를 이끌어냈고 스스로 페미니스트라 자처하며 줄곧 '성 인지 감수성'을 강조해 왔기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는 반응이 많다.

박 시장은 변호사 시절인 1993년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의 공동변호인 중 하나로 소송을 주도, 6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승소를 이끌어내 인권변호사로서 명성을 얻은 바 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성희롱이 범죄임을 인식시킨 국내 최초의 직장 내 성희롱 소송이었다. 그 공로로 1998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제10회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앞선 1980년대에는 인권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던 고 조영래 변호사 등과 함께 부천경찰서 권인숙씨 성고문 사건 변호인단에도 참여했으며, 서울시장 취임 후에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서울시의 성평등 정책, 여성 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1월에는 성평등 문제 등에 관해 시장을 보좌하는 특별 직위로 '젠더특보'를 시장실 직속으로 신설하기도 했다.

또한 2018년 6월 3선에 성공한 뒤 그는 `여성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가 강해진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저도 감히 페미니스트라 자처한다. 성 평등을 위해 늘 고민하고 나름대로 노력해왔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렇게 했던 박 시장이 여비서를 지속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 당하고 경찰수사 대상이 될 위기에 처했던 상황은 '거짓과 모순 속 삶'이라는 엄청난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편 '여성 인권'을 유독 강조해온 문재인 청와대는 13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 역시 피해 여성의 문제에 대해 당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고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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