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군에서 맛 본 올갱이국. 박대웅 기자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올갱이가 뭡니까"라고 물었다. "올갱이를 올갱이라고 하지 뭐라고 해." 주인 아주머니의 핀잔(?)을 들었다. 올갱이가 다슬기의 충청도 방언이라는 사실은 이후 알게 됐다. "다슬기, 뭐 있겠어." 소박해 보이는 올갱이해장국을 받아들고 대단할 거 없다는 생각으로 한술 들었다. 대단한 맛이다. 입안을 감싸는 시원하면서 쌉싸름한 맛에 눈이 번쩍였다.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올갱이국을 순식간에 뚝딱 해치웠다. 충북 괴산의 올갱이국은 강원도나 다른 지역의 다슬기국과 사뭇 달랐다. 올갱이국에 밀가루와 달걀이 들어가는지 몰랐다. 아욱을 듬뿍 넣은 된장국에 밀가루 달걀 옷을 입은 올갱이가 이렇게 조화로울 줄이야.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뚝배기를 숟가락으로 휘저으며 된장의 구수한 맛과 올갱이에서 나온 시원한 맛을 즐겼다. 숨이 죽은 아욱과 싱싱한 부추 그리고 탱글한 올갱이가 각기 다른 식감으로 입안에서 춤을 추는 듯했다. "아하."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새어 나오는 해장의 소리가 나도 모르게 새어 나왔다. 지역에 따라 올갱이, 올뱅이, 대사리, 고동, 고디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다슬기는 사람의 간 조직과 비슷해 간을 보호하고 피로 회복과 숙취 제거에 탁월하며 피를 맑게 하고 소화를 돕는 기능이 있다. 참고로 지역별로 다슬기 조리법도 조금씩 다르다. 경상도는 들깻가루와 우거지를 넣어 추어탕처럼 끓여내고 전라도 일부에서는 재첩국처럼 말갛게 내기도 한다. 충청도는 아욱국처럼 구수하게 끓이는 게 특징이다.

올갱이국 맛에 흠뻑 빠진 조정래 작가의 친필. 박대웅 기자

배를 채우고 나서야 가게 벽면을 가득 채운 앞선 탐방객들의 자취가 눈에 들어왔다. 이 중 소설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 작가의 글이 인상적이다. '내가 저수령 고개를 넘지 않고 '괴산'을 거치는 이유는 그 넘의 '올갱이국' 때문이다.' 올갱이국을 설명하는데 긴 말은 필요 없다. "아, 좋다." 이 한 마디면 끝이다. 괴산을 찾는다면 괴산 시외버스터미널과 산막이시장 인근에 있는 '올갱이국 거리'에서 올갱이국 한그릇 먹어 보길 권한다.

괴산(충북)=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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