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LG 감독이 비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버텨야 산다.’

지옥의 장마 레이스가 시작됐다. 12일 중ㆍ남부 지역엔 많은 양의 비가 쏟아졌다. 이날 열릴 예정이던 한화 이글스-SK 와이번스(대전), 롯데 자이언츠-두산 베어스(부산), KIA 타이거즈-키움 히어로즈(광주), 삼성 라이온즈-KT 위즈(수원) 경기가 우천 순연됐다. 무리하게 경기를 강행한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잠실 경기도 3회 ‘우천 노게임’이 선언됐다. 이날 취소된 경기가 모두 13일 월요일로 미뤄지면서 올 시즌 첫 ‘7연전’이 열릴 가능성이 생겼다. 13일에도 많은 비가 내려 잠실, 부산, 수원 경기가 취소됐지만, 광주와 대전 경기는 정상적으로 열렸다. 키움, KIA, 한화, SK는 14~16일, 17~19일로 이어지는 주중-주말시리즈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7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장마는 매년 각 팀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경기일정이 들쑥날쑥해 컨디션 관리에 애를 먹는다. 비를 맞고 경기를 치르는 상황도 있어 부상 위험에도 쉽게 노출된다. 선발 로테이션이 꼬이고, 불펜의 부담도 가중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두 달이나 개막이 미뤄진 올 시즌엔 부담이 더욱 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더블헤더에 추가 엔트리를 도입하고, 월요일 경기는 연장전 없이 9회까지만 치르는 세부 규칙을 마련했다.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다.

그러나 현장에선 끊임없이 볼멘소리가 나온다. 시즌 전부터 예고된 일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수익 등의 문제로 144경기를 체제를 강행하면서 몇몇 감독들이 부담을 호소한 바 있다. 류중일(47) LG 감독과 이동욱(46) NC 감독은 일요일 경기 노게임 선언으로 인해 치러지는 월요일 경기에 더블헤더처럼 특별 엔트리를 적용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선수단 운영이 어느 해보다 힘든 시즌, 각 팀 사령탑은 선수단의 부상 방지와 체력 안배를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7연전을 치르는 KIA의 맷 윌리엄스(55) 감독은 12일 키움전을 앞두고 포수 김민식(31)을 콜업했다. 체력소모가 가장 큰 포수들의 체력안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해 당분간 3인 포수체제를 운영하기로 했다. 휴식일이 거의 없는 메이저리그(ML)에서 선수ㆍ지도자 생활을 한 윌리엄스 감독은 선수단의 체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실내훈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KIA 선수단은 원정 경기 때 실내훈련을 하며 시즌 초반부터 여름 나기를 대비해왔다. 그는 "시즌에 휴식기가 없고 점점 더워지고 있다. 시즌이 지나갈수록 체력 안배 차원에서 실내에서 훈련하거나 활동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문회(47) 롯데 감독도 선수들의 야구장 출근 시간을 늦춰 체력 소모를 덜고 있다.

주축 야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지명타자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팀도 있다. 수비를 하지 않는 지명타자에 여러 선수를 고루 기용하며 적당한 휴식을 준다. LG, 키움 등이 지명타자 제도를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투수들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게 당면과제가 되면서 올해 신설된 부상자 명단을 활용하고, 선발 투수들은 일정 기간 엔트리에서 제외해 휴식을 주기도 한다. 

빡빡한 일정은 순위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슬기로운 여름 나기를 한 팀이 시즌 후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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