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도' 포스터./NEW 제공.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국내에서 115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한 ‘부산행’을 시작으로 한국 좀비로 불리는 ‘K좀비’는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됐다. 15일 개봉한 좀비물 ‘반도’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감은 일찌감치 뜨거웠고 개봉 하루 전 80.4%의 예매율(14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을 기록하며 올해 개봉작 중 최고 기록을 세웠다. 나날이 수직 상승하는 인기만큼 K좀비물 속 좀비는 하루가 다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 일상 속 탄생하는 기괴한 K좀비

영화 '반도' 스틸./NEW 제공.

영화 속 K좀비는 기괴한 크리처(창조된 생물)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연상호 감독은 ‘반도’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제작보고회에서 “K좀비는 단순한 괴물 같은 느낌이 아니다”라며 “조금 전까지 우리 이웃이었던 사람, 내 동료와 같은 인간이었던 느낌을 많이 주는 게 특징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달 24일 개봉한 ‘#살아있다’ 속 좀비가 그 예다. 영화 속 좀비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었을 당시 직업적 성향을 그대로 지닌 모습을 보여준다. 경비원 좀비는 계속해서 아파트를 순찰하고, 구조 작업에 익숙한 소방관 좀비는 거침없이 로프에 몸을 맡긴다.

단순한 괴물이 아닌 일상 속에서 탄생하는 K좀비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부산행’에서 권력층의 이기적인 면모를 지닌 캐릭터 용석(김의성)은 좀비로 변하는 순간까지 악질적인 모습을 담아냈다. 영화는 ‘좀비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산행’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인 ‘반도’ 역시 인간들의 이성이 무너진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통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부산행’에 악역 용석이 있었다면 ‘반도’에는 인간성을 상실한 631 부대 소대장 황중사(김민재)와 겉과 속이 다른 631 부대 지휘관 서대위(구교환)가 인간의 가장 약하고 악한 모습을 보여준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과 ‘반도’에 담긴 사회고발적 메시지를 투영한 이유에 대해 “아무래도 내가 평범한 소시민이라 그런 것 같다”며 “‘아, 지금 우리 한국 체제가 날 보호해 줄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늘 한다. 그런 생각 속에서 영화를 만들게 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시즌2 포스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역시 좀비를 통해 탐욕스러운 권력을 향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는다. 굶주림과 배고픔을 참지 못한 민초들이 좀비가 되는 모습을 그리며 해외 여러 매체로부터 좀비물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 사극의 관습을 파괴한 작품”이라며 ‘킹덤’ 시즌1을 2019년 최고의 인터내셔널 TV쇼 TOP 10으로 선정한 바 있다. 포브스는 코로나19 창궐 당시 공개된 ‘킹덤2’에 대해 “글로벌 팬데믹이 걱정되나? 그렇다면 ‘킹덤’을 봐야 한다”라고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 해외도 반한 K좀비

영화 '#살아있다' 스틸./NEW 제공.

해외에서는 K좀비의 특성으로 기괴한 움직임과 빠른 속도감으로 꼽는다. 좀비의 운동성에 주목한 연출 방법은 기괴한 좀비의 외연이 낯선 국내 관객들이 느낄 이질감을 낮추는 방식으로 꼽힌다. 여기에 서사적 탄력성과 속도를 더할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좀비들의 움직임 모티브는 무용에서 시작된다. ‘부산행’과 ‘킹덤’ ‘반도’의 안무를 담당한 브레이킹 댄서 전영 안무가는 관절을 꺾는 고난도의 동작을 격렬하게 표현했다. 전 안무가는 ‘반도’의 높은 수위의 액션 장면에는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반도’ 속 좀비들은 생존자들이 자취를 감춘 땅에서 4년을 굶주린만큼 미세한 소리에도 더 민감해지고 반응 속도도 더 빨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모습이다.

‘#살아있다’ 역시 좀비의 움직임에 무용을 접목시켰다. 유아인의 추천으로 현대무용을 전공한 예효승 안무가가 참여했다. 예효승 안무가는 이전의 좀비와 달리 섬세한 움직임이 특색인 좀비를 창조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좀비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한국적인 정서와 모티브는 무궁무진한만큼 K좀비의 진화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영화 관계자는 “K좀비가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거운 건 서양의 전유물로 여겨진 좀비에 동양적인 사고와 한국적인 정서를 버무렸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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