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ESG 채권 청약에 자금 대거 몰려
금융권이 코로나19 금융 지원을 위한 ESG 채권 발행에 나서고있다./그래픽 김민경기자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금융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 지원을 위해 ESG 채권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ESG 채권은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개선 등 사회적 책임투자를 목적으로 발행되는 채권이다. ESG 경영은 이미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서 기업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 14일 전 세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5년 만기 미화 5억달러(약 6000억원) 규모의 ‘소셜본드(Social Bond)’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소셜본드는 ESG 채권 중 하나로 사회적 채권으로도 불린다. 

농협은행은 조달된 자금으로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등 친환경·친사회적·지속가능 관리체계에 해당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목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번에 농협은행이 발행한 소셜본드의 발행금리는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S&P에서 각각 'A1', 'A+'의 신용등급을 받아 최초 제시 금리보다 40bp(1bp=0.01%포인트) 낮은 1.306%로 결정됐다. 미국 5년물 국채금리에 100bp를 가산한 수준이다.

특히 이번 청약은 132개 기관 투자자로부터 23억5000만달러(약 2조8219억원)가 모집됐다. 투자자 지역별로는 아시아 62%, 유럽 15%, 미국 23% 순이었다. 또 유형별로는 자산운용사 55%, 은행 22%, 보험사 21%, 기타 2%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7일 신한금융지주도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미화 5억달러를 유치하는 등 소셜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금리는 미국 5년물 국채금리에 105bp를 가산한 1.365%로 정했다. 신한금융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을 선제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소셜본드를 발행했다. 

신한금융의 소셜본드 역시 발행규모의 4.6배에 달하는 23억여달러(약 2조7618억원)의 주문이 몰렸다. 134개 기관이 참여했고 지역별로는 아시아 59%, 미국 23%, 유럽 18%로 조사됐다. 

지난달 IBK기업은행도 5억달러 규모의 소셜본드를 발행했다. 기업은행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의 소셜본드는 만기가 5년이며 발행금리는 미국 5년물 국채금리에 72.5bp를 더한 1.04%로 책정됐다. 기업은행은 코로나19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한국물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견조한 수요를 통해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각국 중앙은행과 국제기구 등 다양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성공적 채권 발행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ESG 채권으로 조달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6억5000만달러(약 7805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우리은행은 지난 3월 2500억원 규모의 원화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향후 공모 및 사모채권 발행 시에도 사회적 가치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소셜본드 발행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녹색사업 또는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 분야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다”며 “향후 신재생 에너지, 친환경 교통수단, 에너지 효율 관련 사업에 쓰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사들이 ESG채권 발행에 적극 나서는 데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 지원 뿐 아니라 ESG가 지속가능경영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기업은 ESG 관점을 통해 지속가능성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며 “향후 기업 경영의 축으로서 경제적 가치와 동일한 선상에 사회적 가치가 자리 잡게 될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기업은 ESG 가치창출이 생존을 넘어 지속적인 성장에 필수 조건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은 ESG 관점에서 수익 증가, 비용 감소 등의 경로를 통해 기업가치 개선을 견인할 수 있다”며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 및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길잡이로서도 ESG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지난 2018년 기준 전 세계 ESG투자 규모는 약 30조달러(약 3경6018조원)였다”며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5개 주요 시장인 유럽과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서 지난 2012년 13조2000억달러(약 1경5851조원)였던 ESG관련 투자규모는 연평균 15.1%의 성장세를 기록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사의 ESG 채권 발행은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글로벌 ESG 채권 발행액과 국내 ESG 채권 발행액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 25% 증가했다”며 “바이러스 사태로 ESG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지원을 위해 금융사들이 ESG 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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