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선수단.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음주 일탈, 무면허 운전, 폭행은 이유를 막론하고 용납될 수 없는 행위다. 선수들은 해서는 안 될 실수를 했다. 선수단을 관리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야 하는 구단은 안일한 생각으로 화를 키웠다. 

SK는 14일 보도자료로 팀의 2군 시설인 강화 SK퓨처스파크에서 있었던 선수 간 폭행 및 해당 선수의 규율 미준수, 그리고 구단 징계 내용을 상세하게 밝혔다. “6월 7일 구단에서 선수단 체벌논란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자체 내사를 진행했다”면서 “일부 신인급 선수들이 중복된 숙소 지각 복귀와 숙소 무단 외출 등의 행위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시간을 되돌려 보자. 지난 5월 말 SK 2군의 1~2년 차 선수 3명이 숙소를 나와 음주를 했다. 이들은 숙소 복귀 시간을 훌쩍 넘은 새벽까지 술을 마신 뒤 새벽에 복귀했다. 복귀할 때는 술을 마시지 않은 선수가 운전대를 잡았다. 이 선수는 도로주행 시험을 준비 중이던 ‘무면허’였다.

다음날 이 사실이 알려지자 선수단이 발칵 뒤집혔다.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을 질책했다. 이어 고참 선수 2명이 후배들을 모아놓고 얼차려를 시켰다. 이 과정에서 후배 선수가 반발하자 고참 선수가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신체적 접촉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SK 구단은 “2차례 얼차려와 가볍게 가슴을 치거나 허벅지를 2차례 찬 행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이 일어난 뒤 자체 진상조사를 진행한 SK는 선배 2명에게 벌금과 함께 주의를, 후배 2명에게는 내규에 따라 가장 무거운 제재금을 부과했다.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은 ‘클린 SK’를 지향하는 구단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지난해 4월 강승호의 음주 운전 사고로 임의탈퇴 중징계가 내려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음주 일탈을 벌였다. 또 체육계 전체가 고(故) 최숙현 사건을 계기로 폭력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절대 나와서는 안 되는 폭력 사건이 터뜨렸다.

더 큰 문제는 SK가 이 사건을 가볍게 여겼다는 점이다. 선수단 내 폭력과 무면허 운전은 KBO규약의 품위손상행위에 포함된다. 사건을 파악하면 10일 이내에 KBO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러나 자체적 징계 사항으로 판단한 SK는 야구 커뮤니티에 이 내용 퍼지자 KBO에 구두로 연락을 취했다. 이마저도 보고가 아니라 문의였다. KBO가 SK로부터 정식 보고를 받은 날짜는 12일이다. 사건이 일어난 지 한참 지난 뒤다. 

KBO는 진상 파악을 위해 SK에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SK는 14일 언론보도로 이 사건이 알려지자 15일 오전 경위서를 제출했다.  KBO는 상황을 자세히 살핀 뒤 상벌위원회 개최를 검토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SK가 이 사건을 은폐ㆍ축소하려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SK는 은폐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손차훈(50) 단장은 14일 본지와 통화에서 “자체 징계 내린 뒤 모든 선수에게 이 사실을 공표했다. 선수 부모님들에게도 전화를 드려 설명했다. 애초에 사건은 은폐하려고 했으면 이런 조처를 할 필요가 없지 않나. 내부 자체조사 과정에서 이 사건을 알았기 때문에 우리 구단 내부사항으로 판단했다. 은폐하거나 사건을 축소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사건 은폐를 위해 ‘절에 선수들을 가두었다’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구단은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을 강화의 한 사찰로 템플스테이를 보내 자숙의 시간을 갖게 했다. SK관계자는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되돌아보라는 의미로 사찰에 보낸 것이다. 처음에 봉사활동을 알아봤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받아 주는 곳이 없었다. 인근 사찰에 자아 성찰 프로그램이 있어서 거기로 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차훈 단장은 “우리 구단의 판단 착오를 인정한다. 이번 사건이 구단뿐만 아니라 KBO리그 전체 품위손상에 해당한다는 것도 맞다.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SK는 올해 창단 2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내우외환에 빠지며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뼈아픈 자성이 필요하다.

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