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골프를 즐기고 있는 직장인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A 씨(42)는 최근 평소처럼 골프연습장을 찾았다가 허탕을 쳤다. 6시 퇴근 후 바로 연습장을 찾았지만 모든 타석이 차 있었다. 평일임에도 대기 시간만 2시간이 넘는다는 얘기를 들은 A 씨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귀가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골프계에 전화위복이 됐다. 코로나19 확산에도 전국의 골프장은 인산인해다. ‘부킹 전쟁’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그린피와 회원권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필드뿐만 아니라 실내 골프 연습장과 스크린골프장도 상한가다. 평일 연습장과 스크린골프장은 밀려드는 골프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골프가 비교적 안전한 야외 레포츠로 인식되면서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경기도 광주시 골프장에서 첫 감염 사례가 나왔지만, 골프가 야외 스포츠라서 코로나19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은 여전하다. 다른 스포츠 종목과 확실히 대조된다. 야구장과 축구장 등 여러 스포츠 종목 시설이 코로나19로 인해 차단 되는 경우가 많지만, 골프연습장은 별다른 제재가 없어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또한, 골프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 및 실내스포츠 인구가 대거 골프장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본다. 국내 최대 골프 예약 서비스 업체인 엑스골프의 관계자는 “해외 길이 막히고, 헬스장이나 실내 운동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운동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이 골프연습장으로 몰리고 있다. 골프는 혼자하고, 야외 뻥 뚫린 공간에서 운동을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골프 인구가 급증한 것도 한몫한다. 14일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는 지난 5월 10일부터 7월 10일까지 두 달간 골프 카테고리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5% 올랐다고 밝혔다. 골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초심자들이 연습장이나 스크린골프장으로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

스크린골프장이 인기를 끄는 것은 20~30대 골프인들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 골프는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지만,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재택근무가 늘고 회식이나 단체 모임이 줄어들면서 골프를 즐기는 20대~30대 인구가 많아졌다. 친구ㆍ연인 ㆍ가족 단위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20~30대 골프인들에게 매력적이다. 평소 스크린골프를 자주 찾는 B 씨(29)는 “스크린골프장에선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초보자여도 골프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크린골프는 중년층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용료가 비싸고 경쟁이 치열한 필드 대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실제 게임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스크린골프장을 선호하는 중년 골프인들이 많다. 스크린골프 마니아인 C 씨(59)는 “날씨가 덥거나 추울 때 스크린골프가 필드를 대신할 수 있다. 또, 필드를 나가기 전에 모의훈련(simulation game)을 할 수 있어 스크린골프장을 찾을 때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스크린골프 시장 규모는 어느새 1조2819억 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국내 스크린골프 인구만 390만 명에 달한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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