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국악계 명창으로 알려진 이봉근이 영화 ‘소리꾼’을 통해 첫 스크린 나들이에 나섰다. 극 중 납치된 아내 간난(이유리)을 찾아 나선 인물 학규로 분해 판소리부터 연기까지 직접 소화했다. 첫 스크린 도전임이 믿기 힘들 만큼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우리 민족의 흥과 한이 담긴 소리로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이봉근은 스크린 도전에 대해 “첫 술에 배부르기 힘들지 않나”라면서도 “다음에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자신했다.

-스크린으로 자신의 연기를 본 소감은.

“좋았다. 스크린에 나오는 내 연기를 보면서 ‘저 때 저런 감정을 갖고 연기했구나’ ‘조금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음 기회 때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영화에 도전한 계기가 있다면.

“주변 몇몇 배우들에게 ‘소리꾼’ 오디션 권유를 받았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으로 도전을 하는 것이니 어느 정도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준비를 했는데, 잘못 생각한 거였다. 원래 긴장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오디션 장에 들어가니 너무 떨렸다. 떨려서 소리를 먼저 하겠다고 했는데 연기를 먼저 하라고 해서 당황했다. 손을 덜덜 떨면서 연기를 했다. 무대 연기였다면 편하게 할 수 있었을 텐데, 스크린 연기는 처음이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애매모호한 연기를 했다. 내 바닥을 다 드러내면서 연기를 했는데, 그 와중에 학규의 눈빛을 봤다고 감독님께서 나중에 얘기를 해주셨다.”

-첫 스크린 작품인만큼 주변의 반응도 뜨거웠을 텐데.

“우선 아버지께서 엄청 좋아하신다. 친척들도, 친구들도 다 좋아하고 잘 됐다고 응원해 줬다. 아버지와 하루에 1~2번은 꼭 통화를 할 정도로 굉장히 친하다. 어제도 연락이 왔는데 플래카드를 만들었더라. 남원에 1개의 극장이 있는데, 그곳에 건다고 했다. 내가 남원 출신인데, ‘남원의 아들 이봉근’이라고 적혀 있었다. (웃음)”

-소리와 연기를 함께 한 소감은.

“재미있었다. 판소리와 연기는 뗄 수 없는 관계다. 노래 연기라고 하지 않나. 음악을 26년 정도 하다 보니 노래 연기에 대해서는 아주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 연기를 따로 한다는 개념으로 간 것이 아니고 소리에 집중해서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생각한다.”

-다이어트를 하는 등 외형적으로도 변화를 줬는데.

“잘 안 먹고 운동하니 살이 잘 빠지더라. 오디션 당시에 살이 많이 찐 상태였다. 지금 75KG인데 한참 촬영할 때는 12KG 가까이 뺐다. 하루 한 끼 먹고 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다. 연기를 할 때는 물도 안 먹었다. 지금도 여전히 관리 중이다. (웃음)”

-사실 판소리영화는 ‘서편제’를 제외하면 생소한만큼 관객 접근성이 어려운데.

“‘소리꾼’은 굉장히 아름답고 예쁜 영화다. 부모님과 자식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극장 밖을 나가실 때는 손을 잡고 나가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권장해드리고 싶다. 우리 감독님께서 항상 말씀하시는 가족의 복원이라는 메시지처럼 말이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보시면 공감하실 수 있을 것 같다. 최근의 자극적인 작품들과 전혀 다른 영화다.”

-연기를 해보니 어떤가. 다른 장르에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인가.

“도전해보고 싶다.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밑천이 없기 때문에 하나하나 필모그래피를 쌓고 싶다. 드라마든, 영화든, 뮤지컬이든, 연극이든 가리지 않는다. 단역부터 시작하더라도 다 하고 싶은 마음이다.”

-원래 연기에 뜻이 있었나.

“마음은 있었는데 생계적인 이유로 꿈을 접었다가 이 영화를 통해서 다시 욕심이 생겼다. 현장의 치열함과 고마움, 성취감과 희열 이런 여러 가지 감정들을 겪으면서 연기라는 것이 참 매력이 있다는 걸 느꼈다. 앞으로도 더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다져졌다.”

-다음 계획은 어떻게 되나.

“먼저 음악 프로그램에서 한 번 모습을 보여드릴 것 같다. 아직 제목이 확정된 건 아닌데 경연 프로그램에 나갈 예정이다. 연극 무대에도 오를 것 같다.”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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