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코로나19로 막혔던 한국영화들의 해외 촬영이 재개되고 있다. 황정민, 현빈 주연 영화 ‘교섭’을 시작으로 해외 로케이션 작품들이 다시 시동을 건다.

■ 코로나19 뚫고 홀로 국경 넘은 ‘교섭’

배우 황정민(왼쪽)과 현빈./한국스포츠경제DB.

‘교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해외 촬영을 재개한 작품이다.중동에서 납치된 한국인을 구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외교관과 국정원 요원의 이야기를 그린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리틀 포레스트’ 등을 연출한 임순례 감독의 신작이다. 특히 황정민과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이후 19년 만에 재회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영화의 줄거리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해외 촬영이 필수적이었다. 당초 3월부터 요르단에서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확산으로 요르단 정부가 외국인 입국을 불허하면서 현지에 미리 가 있던 준비팀마저 한국으로 돌아왔다.

‘교섭’ 팀은 요르단 촬영이 막히자 한국에서 세트장을 구해 국내 촬영분부터 먼저 촬영했다. 영화 촬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교섭’ 팀은 지난 4일 스태프부터 먼저 요르단 행 비행기를 탔다. 전세기를 공수해 국경을 넘었는데 황정민과 현빈은 13일 출국해 현지에서 격리 기간을 거친 뒤 영화 촬영에 돌입한다.

마동석이 이끄는 ‘범죄도시2’ 팀 역시 해외 촬영 계획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3월 베트남 로케이션 촬영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발이 묶였다. 국내 촬영을 완료한 이 영화는 올 연말을 목표로 베트남 촬영을 준비 중이다.

배우 손석구./한국스포츠경제DB.

‘범죄도시2’는 지난 2017년 개봉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688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히트했다. 새로운 악역으로 손석구가 합류했으며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한 층 커진 스케일을 자랑할 전망이다.

하정우와 주지훈 주연의 ‘피랍’ 역시 해외 촬영이 필수적인 작품이다. 1986년 레바논베이루트에서 외교관이 납치된 후 이를 해결하려 했던 사람들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모로코 현지에서 촬영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내년 초로 촬영을 미뤘다.

송중기의 ‘보고타’ 역시 콜롬비아 현지 촬영 중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며 귀국했다. 1990년대 콜롬비아에 이민을 떠난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내년 초 재촬영을 목표로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 다시 움직이는 국내 영화계

영화 '반도' 포스터./NEW 제공.

국내 영화계 역시 다시 움직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개봉한 ‘반도’가 첫 날 35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최고 오프닝 기록을 경신했다. 영화를 향한 관객들의 관심이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역시 정상화 방안을 위한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최근 열린 영화산업안전관리위원회 4차 회의에서는 1차 영화관 입장료 할인권 지원사업 완료에 따른 파급효과를 분석하는가하면 영화제작현장 방역실태가 논의됐다.

이상길 전국영화산업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영진위의 지원으로 촬영 현장은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 편이다”라면서도 “협업이 이뤄져야 하는 영화 촬영 작업의 특성상 밀집된 환경에서 동시에 식사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한계가 아쉽다”라며 추가 조치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영진위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영화산업 지원 대책을 지속적으로 강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최대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올해 25주년을 맞았다. 10월 7일부터 약 열흘 간 열리는 영화제를 정상적으로 진행한다는 목표로 사전 준비에 착수했다. 그 동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영화제 등 수많은 국내 영화제들이 무관중으로 행사를 치렀으나 BIFF는 온라인 상영이 아닌 방식으로 행사를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세계 메이저 영화제 중 유일하게 오프라인에서 치르는 영화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BIFF 집행위원회 측은 영화의 본래 취지인 ‘세계 교류’를 위해 현장 행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방역을 위해 부산시로부터 3억 원을 추가 지원 받아 기본 방역 설비와 전신 소독기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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