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최형우(오른쪽).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KIA 타이거즈 베테랑 타자 최형우(37)는 지난해 136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0 17홈런 86타점 장타율 0.485에 그쳤다. 7년 연속 3할 타율은 이어갔지만, 6년 연속 100타점은 끊겼고, 2012년 이후 7년 만에 20홈런을 넘기지 못했다. 장타율 역시 2013시즌 이후 처음으로 4할대를 기록했다. 천하의 최형우도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에이징 커브(Aging Curveㆍ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가 왔다는 우려의 시선을 받았다.

그러나 올 시즌 그는 이런 전망을 비웃듯 맹활약을 펼치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전에서 시즌 10호 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양 팀이 2-2로 팽팽히 맞선 9회 초 1사 1, 3루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선 최형우는 과거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은 ‘끝판왕’ 오승환(38)의 빠른 공을 받아쳐 역전 3점 홈런을 뽑아냈다. KIA는 최형우의 역전포에 힘입어 5-2로 이겼다.

이날 홈런 1개를 추가한 최형우는 역대 7번째로 1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함께 달성했다. 삼성 시절인 지난 2008년 19홈런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모두 312홈런을 쳤다.

올해 붙박이 4번 타자에서 3번 타자로 변신한 그는 KIA 타선에서 여전히 대체 불가 자원으로 꼽힌다. 올 시즌 타율 0.318로 14위, 타점은 39로 16위, 홈런은 10개로 15위, OPS는 0.947로 11위, 장타율은 0.525로 15위에 올라 있다. 팀 내에선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타율 1위, 홈런 2위, 타점 3위, 장타율 2위, OPS 2위를 기록 중이다. 결승타는 8개로 KIA 타자 중 독보적인 1위이고, 득점권 타율도 0.328(3위)로 ‘해결사 본능’을 발휘하고 있다.

최형우(가운데). /OSEN

최형우는 단순히 야구를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클럽하우스 리더’ 노릇도 훌륭히 해내고 있다. 그는 평소 후배들에게 타격에 관련한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한다. 타격지도는 코칭스태프의 영역이기에 먼저 나서지는 않지만, 후배들이 고민 상담을 요청하면 정신적, 기술적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삼성 시절부터 7년 동안 겨울에 후배들을 데리고 해외 개인 훈련을 떠나기도 했다. 최형우는 후배들의 숙박비와 식비를 모두 부담했다. KIA의 어린 선수들에게 최형우는 든든한 ‘멘토’다. 그는 시즌 전 스프링캠프 때 본지와 인터뷰에서 “후배들이 많이 물어봐서 정말 좋다. 덕분에 말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냉정하게 말해 우리 팀은 선수층이 두껍지 않다. 그래도 잠재력 있는 친구들은 많다. 열심히 하는 만큼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맷 윌리엄스(55) KIA 감독은  "최형우를 비롯해 양현종(32), 나지완(35)이 젊은 선수들에게 멘토 구실을 잘 해주고 있다”며 “진심으로 젊은 선수들의 성공을 생각한다. 이들이 이렇게 중심을 잡아주고 역할을 해주면 팀 분위기도 좋아진다"고 칭찬했다.

2017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총액 100억 원에 계약하며 KIA 유니폼을 입은 최형우는 이적 첫 해 팀에 우승을 안겨다 주는 등 매 시즌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FA 계약기간 출전 경기 수(477경기), 안타(555개), 홈런(78개), 타점(348) 모두 팀 내 1위다. 2017년부터 올 시즌까지 누적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도 6.65로 압도적인 1위다. KBO리그 사상 최초로 100억 시대를 연 그는 몸값이 과분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꾸준한 성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KIA팬들은 최형우를 100억 원이 아깝지 않은 ‘혜자 FA’라고 부른다.

최형우는 올 시즌이 끝나면 2번째 FA 자격을 취득한다. 세월의 흐름도 거스르는 ‘꾸준함의 아이콘’ 최형우가 또 한 번 FA 대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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