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의 이대성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민환 기자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득점력이 뛰어난 가드 이대성(30ㆍ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이 다가오는 시즌 어시스트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예상치 못한 ‘폭탄 선언’이다.

프로농구 전주 KCC 이지스에서 뛰다가 지난 5월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고양 오리온과 계약을 맺은 이대성은 최근 고양에서 가진 본지와 인터뷰에서 “경기당 5득점을 해도 상관없다. 어시스트 10개를 기록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강을준(55) 신임 감독님께 말씀 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공격 성향이 강한 저에게 ‘20~30점을 넣는 것도 좋지만 한 번 포인트가드가 돼 보라’고 조언해주셨다. 그러면서 강동희(54), 이상민(48) 선배님 같은 가드들이 슈퍼스타였던 이유는 득점을 20~30점 넣어서가 아니라 어시스트를 10개 가까이 하면서 동료들을 도왔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저도 그렇게 되겠다고 말씀 드렸다”고 털어놨다.

◆새로운 팀에 빠르게 적응 중

이대성은 지난 시즌 리그 34경기에 나서 11.7득점 2.6리바운드 2.9어시스트를 올렸다. 어시스트 기록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동료들에게 이미 알린 상태다. 그는 “최근에 후배 (이)승현(28)이가 한 인터뷰에서 저의 든든한 벽이 되겠다고 말했다. 자신은 궂은 일을 하고 저를 살려주겠다고 했는데 그래서 제가 ‘네가 평균 20득점을 기록해야 한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대성이 진지한 태도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민환 기자

포워드인 이승현은 지난 시즌 43경기에 출전해 평균 9.5득점 5.9리바운드 1.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대성은 “충분히 평균 20득점을 할 수 있는 선수다. 여태까지 궂은 일을 하는 등 이타적인 자세로 팀에 도움이 돼왔지만 분명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선수다”라며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무대에서도 다른 선수와 견줄 수 없을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승현이는 무조건 공격을 해야 한다”고 힘주었다. 포워드 허일영(35)을 두고는 “지난해엔 경기 중 슈팅 시도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셨다고 얘기하시더라. 그래서 이번에는 원 없이 슛을 시도하실 수 있게끔 최대한 돕고 싶다고 말씀 드렸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포워드 최진수(31)와 관련해선 “그 형 스타일은 워낙 잘 안다.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서로 다 안다”고 웃었다.

이대성은 팀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새벽 운동을 하지 말고 건강 관리에 집중하라는 강을준 감독의 당부에 따라 오전 8시 30분쯤 기상해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운동하고 있다. 오후엔 4~6시까지 운동을 한다. 밤에는 개인 운동을 할 때가 있지만 재활 중이라 무리하진 않는 편이다.

◆강을준 감독 향한 무한 신뢰

강을준 감독을 향해선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처음엔 감독님에 대해 잘 몰랐다. 팬들처럼 타임아웃 때 하시는 얘기들 같이 그런 표면적인 이미지만 알고 편견도 갖고 있다. 그런데 FA 협상을 하면서, 그리고 지금까지 감독님과 지내면서 다르게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이대성은 “선수들에게 먼저 편하게 다가오신다. 마음이 따뜻하시다. 농담도 많이 하시고 재미있으시다. 그러면서도 기죽거나 눈치보지 말고 소신과 자신감을 가지라고 주문하신다. 감독님과 소통하는 게 정말 좋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오리온 구단 한 관계자는 이날 “감독님은 선수들을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주신다. 권위적이지 않다. 친근하고 유머러스한 화법은 타고나신 것 같다. 그러니 선수들도 그런 감독님의 모습에 수월하게 맞춰가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대성은 “보통의 팀들이라면 강요되는 분위기도 있지만, 오리온은 선수들의 의지에 맡기는 편이다. 자율적이다. 맡긴 후 결과를 감당하게 하는 스타일이다. 덕분에 팀 분위기가 밝다”고 고백했다.

이대성(오른쪽)과 아내 손근혜 씨가 웨딩 화보 촬영 도중 웃고 있다. /이대성 제공

◆어른스럽고 현명한 아내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에서 KCC로 트레이드된 것 등) 짧은 시기에 큰 변화를 겪었다. 느낀 게 많았다”는 이대성의 정신력을 다잡아 준 사람 중 한 명은 역시 사랑하는 아내 손근혜(29) 씨다. 이대성은 “저는 원래 의지를 많이 하지 않는 사람인데 결혼하니깐 제가 할 수 있는 것들도 아내에게 의지를 하게 되더라. 어린 아이가 된 기분이다”라고 했다. 이어 “약 10년을 만났으니 서로 부족한 부분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아내는 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어른스럽고 현명한 성격이다. 아내가 저에게 한 번씩 해주는 얘기들은 제가 선택과 행동, 생각을 바꾸고 나아가는 계기가 된다. 값지다. 아내와 잘 만난 것 같다”고 힘주었다. 그는 자녀 계획에 대해 묻자 “지난 1년 동안 마음의 여유도 없고 불안정했다. 이제는 준비를 해 보고 싶다. 무조건 아내 닮은 딸을 낳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대성의 다가오는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프로 선수라면 결과로 말해야 한다”는 그는 “현대모비스 소속으로 3차례 우승을 거뒀다. 어떻게 하면 좋은 팀이 되는지 그런 부분에 대해 경험을 갖고 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듯이 우승도 그럴 거라 생각한다. 경험과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대성은 “한번도 시즌이 기다려진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기대가 된다. 궁금하기도 하고 재미있을 것 같다. 제가 여태까지 했던 말과 행동들은 이제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1년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고양=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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