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월경통·안면신경마비 등 3개 질환…건보재정 연 500억 투입
16일 '한방첩약 의학적 문제' 기자회견, "국민건강 빌미, 임상시험 불과" 성토
대한의사협회는 16일 오후 대한의사협회(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급여화 논란, 한방첩약 의학적 문제는 무엇인가?’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대한의사협회 제공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정부는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대상질환과 관련한 5개 전문과목 학회 및 의사회의 충고를 귀담아 듣고, 안전성·유효성도 없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진행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대한의사협회는 16일 오후 대한의사협회(의협) 용산임시회관에서 ‘급여화 논란, 한방첩약 의학적 문제는 무엇인가?’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최대협 의협 회장은 “정부는 한방첩약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범사업 추진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결국 24일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안건을 의결해 10월 중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질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의협을 비롯한 모든 의료계 단체와 대한약사회 및 대한한약사회 등 약계 단체, 심지어 환자단체마저도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시범사업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전혀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필수적이지도, 급하지도 않은 첩약 급여화에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하기보다는 암환자와 희귀질환자와 같은 중환자를 위한 치료비 지원에 나서달라는 것이 환자단체의 절박한 외침”이라고 토로했다.

최 회장은 “코로나19로 모든 국민과 의료기관이 고통을 겪고 있는 이 시국에서 정부가 할 일은 국민이 납부한 건강보험료의 일부를 한방첩약과 같은 곳에 쓰도록 돌려주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최선의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한의학을 과학화하고 한약에 대해 검증시스템을 만들어주는 데에 있다”며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거나 해로운 치료법에 대해서는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10일 의료계 최고 석학단체인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의학한림원)에서도 성명서를 통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첩약 급여화 결정은 근거기반 의학의 대원칙을 무너뜨리는 위험한 정책"이라며, “첩약 급여화 논의 이전에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먼저 구축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밝힌 바 있다.

의협을 비롯한 모든 범의약계 단체는 “성분표시 및 함량 등에 대한 규격이 전혀 없을뿐더러, 원산지 표시도 되어있지 않은 첩약에 대해 급여화 이전에 규격화 작업을 먼저 진행해야 한다”는 전문가단체로서의 의견을 제시하면서 직역간 다툼이 아닌 국민건강권 수호 차원에서 한 목소리로 강력히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의협은 “특정 단체를 비호하고 그들의 주장만을 받아들여 매년 500억 원의 소중한 건보재정을 투입해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후유증, 월경통과 같은 3개 질환에 대해 첩약 급여화를 추진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정부가 시범사업 대상질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질환 중에 하나인 월경통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생길 수 있고, 기질적인 원인이 있는 경우에는 신속하고 적절한 초기 치료를 받아야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난임 등의 합병증을 예방할 있다는 주장이다.

또 일시적인 치료로 완치될 수 없는 것으로 환자의 상황에 따라 정확한 진단하에 의학적인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월경통에 한방 첩약을 급여화해 복용하게 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빌미로 한 임상시험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안면신경마비와 뇌졸중 후유증 두 질환은 신경과와 관련한 질병으로 두 가지 질병 모두 발병 초기에 적극적인 의사의 개입이 예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밝혔다.

의협은 “뇌졸중후유증에 사용하는 콜린알포세레이트 등의 약제를 유효성 검증이 부족하다면서 선별급여 80%로 적용하는 현재 상황에서 유효성 검증이 아예 없는 첩약을 급여화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의료전문가는 한명도 없을 것”이라고 반문했다.

의협은 이어 “안전성·유효성, 경제성이 불분명한 사업에 향후 몇 조원 이상의 건보재정이 소요될 지도 모르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강행하려는 것은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 평가를 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생체실험을 진행하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필량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홍승봉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 △송홍기 대한신경과학회 회장 △문창택 대한신경외과학회 회장 △구자원 대한이비인후과학회 기획이사 △강 석 대한재활의학회 총무위원회 간사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 △이영규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수석부회장 △윤웅용 대한신경과의사회 부회장 △박진규 대한신경외과의사회 회장·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심지성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공보이사 등이 참석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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