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건보급여 적용 절차적 문제…사회적 편익 등 감안 요양급여대상 여부 결정
청와대·정부·국회 등 첩약 급여화 부당성 설득 면담 요구
의약계 7개 단체가 17일 범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했다. /대한의사협회 제공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과 관련해 이 달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범의약계 7개 단체가 17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적극적인 저지 행보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의학회, 대한약학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의대의전원협회 등 7개 의약계단체는 이날 “과학적 검증이 없고 급여화에 대한 원칙도 무시된 첩약 급여화에 반대에 뜻을 모으기 위해 범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를 출범했다"고 밝혔다.

범대위는 “과학적 검증을 안거치고, 급여화 원칙이 무시된 첩약 급여화는 국민 건강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며,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며, 시범사업 추진을 중단할 것을 강력 촉구했다.

현재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라는 취지하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방 첩약 급여화는 첩약 자체의 과학적 근거 부족과 급여화 과정에서 원칙의 무시라는 두 가지 큰 문제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범대위는 “첩약의 검증을 위해서는 우선, 처방과 원료, 제조법이 표준화돼야 한다. 그 후에 신뢰할 수 있는 품질과 규격을 전제로 임상시험을 통한 안전과 효과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대위는 이어 “과학화의 과정을 포기하고 한방의 특성을 내세워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회피하고 다른 의약품과는 다른 기준을 통해 특례를 인정하는 식의 이러한 정책은 한의약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저해하고 방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범대위는 또한 “국가가 허용한 것은 당연히 엄격한 심사의 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믿는 다수의 국민을 속이고 그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일이기도 한다. 이것이 과학적 검증 없는 첩약 급여화에 반대하는 첫 번째 이유”라고 말했다.

범대위는 이와 함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의 절차적 문제를 내세웠다.

국민건강보험법 하위법령인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은 제1조의2(요양급여 대상의 여부 결정에 관한 원칙)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효과성, 환자의 비용부담 정도 및 사회적 편익 등을 고려해 요양급여대상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범대위는 “한의계와 정부의 주장대로 첩약의 효과와 안전성이 오랜 기간의 사용으로 검증됐다고 하더라도 법에 명시된 여러 기준을 고려해 급여 대상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대위는 아울러 “가속화되는 인구구조의 변화와 새로운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부담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건강보험으로 치료비용을 지원하는 급여의 적용은 더욱 엄격하게 그 대상을 선정해야 하고 많은 의료행위 가운데에서도 어느 것이 더 가입자에게 필요한 것인지, 그 우선순위를 심도있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범대위는 첩약 급여화의 문제를 적극 공론화해 나가는 한편, 정책 추진과 관련된 정부와 국회 관계자, 건정심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가입자단체 및 공익위원 등을 만나 입장을 전달하고 설득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범대위는 보건복지부 장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등에게 면담을 요구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범대위는 “의료계, 병원계, 의학계, 약업계가 이처럼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범대위는 오늘 출범을 시작으로 첩약 급여화의 문제를 적극 공론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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