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부, 주식 양도세 소액주주에게도 부과키로...투자자, 업계는 '이중과세' 비판
정부가 주식 양도세를 소액주주에게도 부과키로 결정하자 업계에서는 '이중과세' 비판이 제기됐다./그래픽 김민경기자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지난 6월 말 정부가 발표한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방안과 관련해 주식 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부과되는 것은 맞지만, 양도세와 거래세를 모두 유지하는 것은 이중과세(중복과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가 양도세 신설에는 적극적인 반면 거래세 폐지에 대해선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금융투자업계와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달 발표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안'을 통해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키로 했다. 핵심은 그간 대주주에게만 부과됐던 주식 양도세를 다수의 소액주주에게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2023년부터 국내 상장주식 투자를 통해 2000만원을 넘게 번 개인 투자자들에게 투자 수익 중 2000만원을 뺀 나머지 차익에 대해 20% 수준의 양도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3억원 초과분에 대해선 25%의 세금이 부과된다.

기재부는 전체 주식 투자자 중 2000만원이 넘는 투자 이익을 얻은 투자자는 전체의 5% 수준에 불과하고, 또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세의 형평성 측면에서 과세를 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또한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중과세 비판에 대해서도 주식 양도세와 거래세의 과세 목적과 객체가 달라 이중과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초단기 단타 매매 억제, 위기 시 외국인들의 급격한 증시 이탈 방지, 양도차익이 비과세되는 외국인에 대한 거래세 징수  등의 이유로 주식 거래세를 폐지하긴 힘들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 국내 증시의 가장 큰 매수주체였던 개인 투자자들은 이 같은 과세 방침에 대해 부정적이다. 특히 주식 양도세 신설로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반면, 거래세 폐지 등 세금 감면에 대한 정책은 포함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정부의 주식 양도세 부과로 코로나19 이후 반등했던 시장의 투자심리가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국내 자금 중 일부가 세금 부담을 피해 해외 주식 투자로 이동하거나, 혹은 부동산 등 주식 이외의 자산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가 개인투자자의 대규모 유입으로 거래대금이 급증했는데, 양도세 도입 발표는 자칫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일부는 과세로 인해 상대적 매력도가 낮아진 국내주식 대신 해외주식으로 이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도소득세 도입에도 불구하고 거래세가 폐지되지 않은 점도 아쉬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투자협회 역시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대해 "후진적인 현행 자본시장 세제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과세체계로 개선한다는 점에서 매우 혁신적"이라면서도 "일부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증권거래세의 완전 폐지가 이뤄지지 않았고, 집합투자기구에 대한 기본 공제가 아직 적용되지 않은 점은 여전히 개선과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앞서 기재부에서 발표한 개편안은 큰 주춧돌만 한 것"이라며 "세세한 것들은 (업계의 의견을) 더 들어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나 회장은 이어 "개인적으로 제일 아쉬운 것은 거래세를 폐지하겠다는 말이 없었던 것"이라며 "양도세 부과 수준을 봐가면서 언제까지 없애겠다라던가,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해주면 (투자자들도) 기다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걸(로드맵) 얘기해줘야 이중과세도 버틸 수 있다"면서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시장의 의견이 반영돼서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업계와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의식한 듯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앞선 정부의 금융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 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주식시장을 떠받쳐온 동력인 개인 투자자들을 응원하고 주식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세제 개편의) 목적을 둬야 한다"며 "모든 정책은 국민의 수용성이 있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으로 정부의 주식 양도세 부과 방안이 일부 수정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중과세 논란이 일고 있는 주식 거래세도 손 볼 것이란 관측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융세제 개편안에 대해 시장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만큼, 세제 변경의 연착륙을 위해 정부가 각계의 의견을 참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7월말 세법 개정안과 이후 조세소위, 법사위를 거치는 과정에서 의회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으므로 추이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방안과 관련해 주식 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픽사베이 제공

김동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