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제주·이스타항공 입장차 여전…제주항공 “계약해지 통보만 남겨둬” vs 이스타항공 “선결조건 완료”
HDC현산·아시아나항공, 산은 노력에도 여전히 대화 없어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앞두고 있는 항공업계에 ‘노딜’(인수 무산)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사태로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사상 초유의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과의 주식매매계약(SPA) 해제 조건을 충족했다며 계약 해지 통보를 앞두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의 M&A 협상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으로 알려져 무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과의 M&A 계약을 파기하는 쪽으로 사실상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이 지난 16일 “정부의 중재 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과 통보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정부의 추가 지원을 기대한다기보다는 인수 무산을 선언할 타이밍을 살피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SPA가 무산되면 이스타항공은 자력 회복이 불가능해 파산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지난 6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한 이스타항공 근로자 1600여명은 무더기로 직장을 잃게 된다.

이에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20일 오후 제주항공의 모회사 애경그룹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제주항공을 규탄하는 한편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등 피켓 시위와 집회를 지속할 방침이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의 M&A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달 9일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밝힌 이후 채권단과 추가 협상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2일 러시아를 끝으로 인수 선결 조건인 해외 기업결합 심사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지만 현산 측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 상승에 의문을 제기하며 여전히 선결 조건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금호산업이 현산 측에 인수를 촉구하는 내용 증명을 보내기도 했지만 현산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장 구주 매각 대금 3200억원으로 그룹 재건에 나서려던 금호산업 측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현산이 결국 아시아나항공 인수에서 손을 떼게 되면 에어부산 등 계열사와의 분리 매각이나 채권단 관리 등의 '플랜B'가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로 업황이 어려운 만큼 당장 아시아나항공의 재매각을 추진하기보다는 구조조정 등을 통해 몸집을 줄인 뒤 시장에 다시 매물로 내놓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작년 연말부터 업계 안팎의 관심을 끌었던 항공사 M&A가 모두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며 항공업계 재편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며 유동성 위기가 고조된 탓이다.

이런 가운데 양측 모두 이후 계약 파기 책임과 계약금 반환 등을 놓고 법정 다툼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선결 조건 미이행으로 계약 해제 조건이 충족됐다고 밝혔으나 이스타항공은 선결 조건이 모두 완료됐다며 제주항공에 계약 완료를 위한 대화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여전히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현산과 금호산업도 선결 조건을 놓고 입장이 엇갈린다.

업계에서는 현산이 채권단에 서면으로 논의를 진행하자고 제시한 것이나 금호산업이 계약 종결을 촉구하는 내용 증명을 보낸 것 모두 향후 계약금 반환 등을 둘러싼 소송전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김호연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