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민. /KPG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필드 위의 왕자’ 이수민(27)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에 불던 ‘10대 돌풍’을 잠재우고 정상에 우뚝 섰다.

이수민은 19일 충남 태안의 솔라고 컨트리클럽 라고 코스(파72ㆍ7263야드)에서 열린 KPGA 오픈(총상금 5억 원) 최종 4라운드까지 최종 합계 50점으로 ‘19세 골퍼’ 김민규, 김한별(24)과 동점을 이룬 뒤 2차 연장 끝에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올 시즌 개막전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공동 17위)과 지난주 군산CC오픈(공동 101위)에서 부진한 성적을 냈던 그는 이번 우승으로 상금 1억 원을 거머쥐며 반등을 예고했다. 2013년(아마추어 시절)과 2015년 군산CC오픈, 지난해 10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정상에 이은 코리안 투어 통산 4번째 우승이다.

이번 대회는 앨버트로스 8점, 이글 5점, 버디 2점, 파 0점, 보기 -1점, 더블보기 이하 -3점을 부여해 합계 점수가 많은 선수가 높은 순위에 오르는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진행됐다. 새로운 방식이 적용된 이 대회에선 접전이 펼쳐졌다.

◆첫 번째 연장 롱 버디 퍼트 성공 ‘결정적’

이수민은 김한별과 함께 먼저 최종합계 50점을 올리며 홀아웃했다. 추격하던 김민규가 17번홀(파5)에서 홀컵 2m 이내로 붙인 퍼트를 성공하지 못하면서 이수민과 김한별, 김민규는 연장전에 돌입했다. 이수민은 18번홀(파4)에서 벌어진 첫 번째 연장전에서 위기를 맞았다. 우드 티샷을 벙커에 빠뜨려 세 선수 가운데 가장 먼 약 4m 롱 버디 퍼트를 남겨뒀다. 그러나 그는 크게 긴장하지 않았고 손쉽게 롱 버디 퍼트를 성공했다. 반면 김한별은 약 1.5m 버디 퍼트를 놓치며 탈락했다. 김민규와 2번째 연장전에 들어선 이수민은 3m 버디 퍼트를 홀컵에 넣으며 롱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한 김민규를 제압했다.

이수민은 경기 후 “대회 첫날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을 처음 접했다. 그래서 성적이 별로 좋지 못했다. 퍼트도 잘 안됐다. 그런데 이후 라운드를 거치며 뒤집었다. 좋은 후배들과 연장전을 벌이며 좋은 성적을 내서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첫 번째 연장 롱 버디 퍼트 성공 순간에 대해선 “대회 전까지 4차례 연장전을 벌였는데 모두 졌다. 이번 연장에 들어갈 때 예전 기억을 되살려보니 그땐 항상 이기려 했다가 잘 안됐다. 이번에는 그런 생각보단 샷 할 때마다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쳤다”고 돌아봤다.

이수민은 2021년 입대를 앞두고 있다. 올 시즌에 대한 각오도 남다를 법 했다. 그는 “시즌 초반에 잘 안됐다. 첫 번째 대회도, 두 번째 대회도 욕심을 많이 부렸다. 욕심을 안 부리려고 했는데도 힘이 들어갔다. 이번 대회 첫날도 그랬는데 뜻하지 않게 빨리 우승이 찾아왔다. 남은 시즌도 목표한 것만 생각하며 열심히 해보겠다”고 포부를 나타냈다.

◆PGA 챔피언십 초청 받은 김주형

깜짝 소식도 전했다. 이수민은 “결혼을 전제로 3년간 만난 여자친구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지만, 혼인 신고는 했다. 이번 우승의 공은 제 아내에게 돌리고 싶다”고 웃었다. 그는 “사랑해. 지현아, 앞으로도 평생 열심히 해서 더 좋은 모습 보여줄게”라고 영상 편지도 띄웠다.

우승은 놓쳤지만 김민규는 2개 대회 연속 준우승을 거두며 김주형(18)과 함께 ‘10대 돌풍’의 핵으로 자리매김했다. 코리안 투어 2년 차인 김한별은 우승은 놓쳤지만, 데뷔 최고 성적을 올리며 존재감을 보였다.

베테랑 정승환(36)은 최종합계 48점으로 4위, 이경준(25)과 박상현(37)은 45점으로 공동 5위를 기록했다. 부산경남오픈에서 준우승, 지난주 군산CC 오픈에서는 우승을 차지한 김주형은 최종 라운드에서 7점을 더해 공동 40위(28점)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다만 김주형은 앞서 13일 세계랭킹에서 92위로 도약하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 출전 자격을 얻어 초청을 받았고 도전을 결심했다. 그는 다음 달 7일(한국 시각)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TPC 하딩 파크에서 열리는 PGA 챔피언십에 나선다.

박종민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