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진 수원 삼성 감독대행.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수원 삼성’이라고 하면 두 가지가 떠오른다. 하나는 대규모 서포터즈이고, 다른 하나는 일 잘하는 프런트다. 수원 구단이 한창 프로축구 K리그를 주름 잡던 시절 축구 관계자들 사이에선 일 잘하는 프런트를 논할 때 어김 없이 수원 프런트가 꼽혔다.

그러나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사뭇 달랐다. 경기장에는 서포터즈가 없고, 팀에는 감독이 없었다. 관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입장이 금지되고 있지만, 감독 대신 감독대행으로 경기를 치르는 수원의 모습은 새삼 낯설었다.

수원 구단은 물러난 이임생(49) 감독 자리에 주승진(45)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앉혀 팀을 추스르기로 했다고 17일 전했다. 지난해 초 수원 제5대 감독으로 취임해 팀을 대한축구협회(FA)컵 정상으로 이끈 이임생 감독은 계약 기간 6개월을 남기고 전날 전격적으로 물러났다. 구단은 "긴밀한 대화 끝에 이 감독과 계약을 종료하기로 상호 합의했다"고 설명했지만, 축구계에선 갑작스러운 퇴진에 뒷말이 나왔다.

주승진 감독대행은 2010년 매탄중 코치를 시작으로 매탄고 감독과 수원 유스 총괄 디렉터를 지냈다. 지난해부터 프로팀에서 코치로 일해왔다. 그러나 팀을 단번에 바꾸는데는 예상대로 역부족이었다. 감독이라는 선장을 잃고 표류한 뒤 첫 경기였던 19일 성남FC와 하나원큐 K리그1(1부) 2020 12라운드 홈 경기에서 수원은 졸전 끝에 0-1로 패했다. 2승 4무 6패 승점 10으로 리그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날 주승진 대행은 득점력이 물오른 외국인 선수 타가트(27) 등을 선발로 내세웠지만 전반전부터 고전했다. 수원은 전반까지 슈팅 수(3-7)와 유효슈팅 수(0-5), 프리킥 수(8-11)에서 모두 밀렸다.

후반 시작과 함께 김종우(27) 대신 베테랑 미드필더 염기훈(37)을 투입했지만, 경기력은 좀처럼 나아지지 못했다. 후반 3분 김건희(25)의 슈팅으로 공격에 물꼬를 트는가 했지만, 후반 4분과 5분 상대 이스칸데로프(27)에게 연거푸 슈팅을 허용하며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36분 상대 이창용(30)에게 헤더 골을 내줬다. 수원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유효슈팅을 1개도 기록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패했다.

주승진 대행은 경기 후 “갑작스럽게 팀을 맡게 돼 저뿐 아니라 선수들 모두 당황했다. 분위기를 추스르는데 심혈을 기울였지만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 좋은 결과는 못냈다"고 고개를 숙였다. '적장' 김남일(43) 성남 감독은 "저희 팀이 마지막까지 이길려고 하는 의지가 더 강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애칭)'에는 실점 순간에도 미리 녹음된 수원 서포터즈의 환호 소리가 계속 흘러 나왔다. 수원 구단의 무딘 현실을 보여주는 듯 했다.

수원월드컵경기장=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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