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손흥민, 20일 레스터시티전 자책골 유도
환상적인 '더블 헛다리 드리블' 작렬
더 다양해진 기술, 월드클래스 진화
손흥민이 20일 레스터 시티와 경기에서 전반 6분 자책골을 유도했다. /그래픽=심재희 기자

[한국스포츠경제=심재희 기자] 오른발로 헛다리를 한 번 짚은 후 왼발로 짧게 드리블해 반대 공간을 열고 강력한 왼발 슈팅. 손흥민이 수비수를 앞에 두고 곧잘 쓰는 기술이다. 일명 '헛다리 드리블'이라 불리는 기술을 자기 장점을 살려 특화했다. 순발력이 좋고 양 발을 다 잘 쓰기 때문에 이 동작은 멋진 마무리로 이어진다. 손흥민의 '시그니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20일(한국 시각) 레스터 시티와 2019-20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7라운드에서 손흥민은 자신의 상징 같은 '헛다리 드리블'에 변화를 줬다. 전반 6분 오른발과 왼발 두 차례 헛다리로 상대 수비수를 넘어뜨린 후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낚았다. 수비수 맞고 공이 굴절되어 자책골로 기록됐지만, 득점의 9할 이상이 손흥민 지분임을 부인하는 이는 거의 없을 듯하다.
 
이 장면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단순히 왼발 헛다리 하나 더 얹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동안 자신의 상징과 같았던 기술을 더 다양화해 상대 수비수들을 허수아비로 만들었다. 마치 야구에서 시속 160km 직구를 주무기로 하는 투수가 승부처에서 시속 150km 슬라이더를 뿌린 느낌이라고 할까. 왼발 헛다리를 하나 더해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냈다.

손흥민이 변화된 헛다리 드리블로 상대 수비진을 뚫어냈다. /연합뉴스

손흥민은 스피드와 기술을 겸비한 선수다. 드리블로 전진할 때 스피드를 살리기 위해 잔 기술을 많이 쓰진 않는 편이다. 헛다리 드리블도 스텝을 하나만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른발로 짧게 드리블을 치다가, 갑자기 오른발 헛다리로 상대 수비수 중심을 무너뜨리고, 왼발 짧은 드리블로 왼쪽 공간을 열고, 강력한 왼발 슈팅을 때리는 게 특징이다.
 
손흥민의 헛다리 드리블은 매우 간결하고 빨라서 상대 수비를 쉽게 제쳐냈다. 그가 만든 기회와 골 장면을 돌려 보면, 손흥민이 사용하는 헛다리 드리블은 확실히 알고도 못 막는 비기에 가깝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같은 큰 무대에서도 손흥민은 이 헛다리 드리블을 주무기로 승승장구 했다.
 
물론 프로 세계에서 영원히 통하는 기술을 없다. 아무리 빠르고 날카로운 기술도 상대가 더 준비해서 덤비면 막히기 마련이다. 때문에 선수들은 더 발전하기 위해서 기술을 다양화 해야 하고, 더 나아가 상대의 심리를 역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레스터 시티와 경기에서 손흥민이 보여준 '더블 헛다리 드리블'은 시사하는 바가 꽤 크다. '손흥민표 헛다리'에 대비한 상대의 움직임을 역이용해 ‘더블 헛다리’를 사용했고, 평소와 다르게 오른발로 마무리를 지었다. 양 발을 다 잘 쓰고, 보디 밸런스가 좋으며, 어떤 각도에서든 슈팅이 가능한 손흥민의 장점이 '변형 헛다리 드리블'로 더욱 빛나며 토트넘에 선제골을 안긴 셈이다.
 
이제 모든 상대들이 손흥민을 만나면 사전 분석과 준비를 펼친다. '빠르고 날카로운 요주의 인물'로 기술의 패턴과 습관 등을 미리 알아보고 대비해 경기에 나선다. 이렇게 존재감이 올라간 상황에서 또 다른 변화에 성공해 더욱 고무적이다. 거의 처음 본 손흥민의 결정적인 '왼발 헛다리'. 손흥민이 앞으로 더 만들어 갈 새로운 기술과 장면들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다.

심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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