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이정현이 또 한 번 강렬한 캐릭터로 돌아왔다. 개봉 주 누적 관객수 180만 명 이상을 동원한 영화 ‘반도’(15일 개봉)에서 민정 역을 맡아 물불을 가리지 않는 생존자로 다양한 액션 연기를 펼쳤다. 생애 첫 액션 블록버스터물에 도전한 이정현은 촬영 전부터 액션스쿨에 다니며 연습에 매진했다. 실제로 스크린 속 이정현은 최근 방송된 KBS2 ‘편스토랑’ 속 ‘맛티스트’와는 전혀 상반된 모습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이정현은 “연상호 감독을 믿고 영화에 출연했다”며 “완성된 비주얼을 보고 너무 놀랐다”며 연상호 감독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코로나19 사태 속 개봉한 ‘반도’가 깜짝 놀랄만한 스코어를 기록했는데.

“기분이 너무 좋고 기쁘다. 사실 코로나19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영화 산업이 힘들지 않나. (‘반도’의 흥행이) 침체된 영화 시장에 활력이 되는 것 같아서 정말 기뻤다. 당초 스코어가 잘 나올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던 만큼 깜짝 놀랐다. 관객에게 감사드릴 일이다.”

-‘반도’는 거의 모든 장면이 CG(컴퓨터 그래픽)로 구현됐다. 걱정된 장면은 없었나.

“시나리오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지만 카체이싱(차 추격신) 장면은 정말 많이 걱정됐다. 내가 드리프트를 해야 하나 했는데 현장에 가서 연상호 감독에게 말하니까 굉장히 당황했다. (웃음) 다 CG로 한다고 했다. CG영화는 사실 상 처음인데 현장에 가보니 모형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마치 놀이기구에서 촬영하는 기분이었다. 현장의 시스템에 놀랐고 연상호 감독이 더 잘 재현한 것 같아서 감사했다.”

-작품 출연 제안은 어떻게 받았나.

“카카오톡으로 받았다. (웃음) 연상호 감독이 잘 지내냐면서 근황을 묻더니 시나리오를 보내겠다고 했다. 감독님이 애니메이션을 할 때부터 팬이었기 때문에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꿈인지 생시인지 했다. 어느 배우에게 먼저 연락한 게 아니라 첫 번째로 내게 연락했다고 해서 더 고마웠다. 연상호 감독은 예전에 단편영화 심사위원을 함께 했고 그 때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 당시 ‘부산행’으로 좀비 영화를 한다고 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영화가 대박났다.”

-어떤 이유로 이 작품에 끌렸나.

“연상호 감독의 팬이기도 하고 시나리오가 워낙 재미있었다. 또 액션 연기를 누구나 다 하고 싶어하지 않나. 민정의 전투력이 모성애로부터 나오는 게 좋았다. 이해가 됐고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첫 액션인데 실제로 찍으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현장 가기 전에 주위 배우들한테 이야기를 들어보니 액션영화는 새로운 걸 요구할 때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감독님이 굳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액션스쿨에 가서 정말 많이 연습했다. 삼단옆차기도 해보고 난리를 쳤는데 현장에 가니 그런 장면은 하나도 안 시켰다. (웃음) 단순한 동작만 했다. 5초면 5초, 10초면 10초만 시키고 앞 뒤 장면을 갖다 붙이더라. 불필요한 동작을 시키지 않아서 사고가 안 났던 것 같기도 하다.”

-강동원과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 어떤 에너지를 받았나.

“워낙 좋은 배우라고 알고 있었고 처음에 같이 작품을 한다고 해서 기뻤다. 배우 상견례를 감독님, 제작사 대표님과 같이 했는데 처음 봤을 때부터 성격이 참 좋고 속도 되게 깊어 보였다. 촬영할 때는 액션도 참 잘해서 모든 게 좋았다. NG 한 번 안 내고 한 번에 OK였다. 호흡이 척척 잘 맞았던 것 같다.”

-‘반도’는 ‘부산행’과 달리 디스토피아 색채가 짙다. 한국영화는 어두운 세계관을 지닌 작품의 흥행작은 드문데 우려는 없었나.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연상호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컸다. 애니메이션 할 때부터 창의력이 대단한 분이었기 때문에 의심을 하지 않았다. 천재적이다.”

-좀비물 마니아라고 했는데 K좀비(한국 좀비)만의 매력은.

“더 섬세하고 디테일하다. 외국 좀비보다 관절을 더 잘 쓴다. 촬영하면서 좀비 연기하는 분들을 많이 관찰했다. 다들 무용을 해서 그런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보일 정도로 디테일하고 멋있었다. 좀비 특수 분장도 우리나라가 참 잘 한다. 신기했던 것 투성이였다. 한국영화가 이 정도로 발전했다는 게 신기했다.”

-‘편스토랑’에서 뛰어난 요리실력을 보여주며 ‘맛티스트’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요리는 20대 후반부터 찾은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음식 하는 소리도 너무 좋다. 어렸을 때 집에 오면 엄마가 밥을 해주는 소리가 참 좋았다. 가족이 많아서 다 같이 모여 앉아 양푼에 밥을 비벼먹기도 했는데 돌아보니 추억이다. 요리할 때 많은 행복을 느낀다. 전문적으로 배운 적도 없고 엄마의 어깨 너머로 보고 배우거나 맛집에서 본 걸 따라하는 정도인데 다들 맛있다고 해주셔서 감사하다.”

-결혼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나. 남편이 잘 챙겨주는지 궁금한데.

“마음이 정말 편하다. 항상 응원해주는 남편이 옆에 있으니까 현장에 가면 연기에 더 집중을 잘하게 된다. 내가 잘 되든 못 되든 늘 응원해줘서 고마운 마음이다.”

사진=NEW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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