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경북체육회 소속 여자컬링팀 '팀킴'의 주장 김은정 선수 등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경상북도체육회가 소속팀의 가혹행위와 폭언, 폭행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선수 사태가 불거지기 전에 이미 성희롱 방지 조치를 부실하게 유지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 최숙현 선수와 동료들이 강압적 훈련 이외에도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경북체육회 등 적발된 30개 체육 기관이 선수들의 인권 개선을 외면해 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이런 실태를 적발한 정부 역시 1년 반 가까이 관련 사항을 공개하지 않아 체육계의 고질적인 인권 문제를 제대로 공론화하지 못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21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여성가족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여가부는 지난해 2~3월 대한체육회와 시·도 체육회 등 체육 분야 공공기관 등 100곳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벌였다. 

쇼트트랙 분야에서 불거진 '체육계 미투' 사건을 계기로 정부 합동으로 '체육 분야 (성)폭력 등 인권침해 근절 대책'의 일환이었다. 여가부가 체육계 관련 기관 전반에 대한 현장 점검에 나선 건 처음이다. 점검 결과 모두 30개 기관에서 성폭력·성희롱·성매매·가정폭력 등 폭력 예방 교육이나 성희롱 방지조치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경북체육회는 성희롱 예방지침을 아예 만들지 않았고, 고충 상담원도 지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성매매, 성폭력, 가정폭력 등 폭력 예방교육 부문에 전체 직원의 70%만 참여했다. 

경북체육회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국가 대표로 출전한 컬링팀 '팀 킴'이 대한컬링경기연맹을 상대로 인권 침해 및 횡령 문제를 제기해 정부부의 대대적인 감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제대로 봉합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컬링팀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징계받았던 간부가 복직해 팀을 부당하게 관리한다는 문제 제기와 함께 팀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북체육회 이외에도 각종 장애인체육회, 프로축구단과 시·군 체육회의 부실한 폭력·성희롱 예방 실태가 여가부 현장 점검으로 드러났다. 폭력 예방 교육을 아예 하지 않은 단체가 5개, 고위직 참여율이 50% 미만인 곳이 4개 등 모두 27곳이 적발됐다. 성희롱 방지조치에서는 지침을 만들지 않은 단체가 8개, 고충상담원이 없는 곳이 2개 등 모두 11곳이 적발됐다. 

양경숙 의원은 "성폭력 등 폭력 문제는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실효적인 예방을 위해 관리와 감독도 더욱 철저히 해야 하지만 이런 문제를 사회가 신속하게 인식하고 대처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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