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 메이저리그 ‘초짜’ 김광현(32)이 첫 시즌부터 만만치 않은 도전에 나선다.

미국 메어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등 현지 매체들은 21일(이하 한국 시각) 세인트루이스가 잭 플래허티(25), 애덤 웨인라이트(39), 다코타 허드슨(26), 마일스 마이콜라스(32), 카를로스 마르티네스(29)로 선발 로테이션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5선발 경쟁에서 밀린 김광현은 불펜 투수로 시즌을 시작한다. 

지난 3월 ML 시범경기에서 네 차례 마운드에 올라 8이닝을 5안타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선발 자리를 꿰차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캠프가 중단됐다 재개된 17일에도 홈인 부시스타디움 마운드에 올라 5이닝 무실점으로 변함없는 구위를 자랑했다. 비시즌 경기에서 13이닝 동안 삼진 16개를 솎아내며 6안타 무실점으로 무력시위를 펼쳤다. 주무기인 슬라이더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고, 완급조절 능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5선발에 근접했다. 

그러나 마이크 쉴트(52)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빅리그 루키인 김광현 대신 검증된 자원인 마르티네스의 손을 들어줬다. "마르티네스는 선발 경험이 풍부하다. 올스타전에도 출전할 만큼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라고 평가했다. 마르티네스는 2015~2017년 풀타임 선발투수로 뛰며 3년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한 바 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54) 본지 MLB 논평위원은 22일 본지와 통화에서 “구단으로선 마르티네스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원래 팀의 에이스인데 지난해 어깨 보호 차원에서 반강제로 마무리를 맡은 것이다. 선수 본인이 선발 복귀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선발투수로 검증됐기 때문에 쉴트 감독이 마르티네스를 선택한 것 같다”고 짚었다. 

팀 훈련에 참가한 김광현. /AP 연합뉴스

현지에서는 쉴트 감독이 김광현을 마무리로 기용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애초 세인트루이스는 조던 힉스(24)에게 마무리 보직을 맡길 계획이었지만, 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올 시즌 불참을 선언하면서 새 마무리 투수를 찾는 게 과제가 됐다. 쉴트 감독은 22일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김광현은 경험이 풍부하다. 마무리 투수로 뛰어도 그동안 쌓은 경험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공의 움직임이 좋아 위기 상황에 등판한 경험도 많다. 모든 요소를 고려하면 김광현이 마무리 투수로서 팀에 자신감을 심어 줄 것”이라고 마무리 투수로서 김광현의 장점을 언급했다.

22일 미국 세인트루이스 지역 라디오방송인 'KMOX'는 김광현이 취재진과 가진 화상 인터뷰 내용을전했다. 김광현은 “팀의 결정을 존중한다. 팀과 팀 승리에 이바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팀이 많은 경기에서 이길 수 있도록 새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마무리투수는 단 1이닝이라 모든 공이 중요하다. 자신 있게 던져야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광현은 KBO리그에서는 붙박이 선발이나 다름없었다. 2019년까지 뛴 298경기 가운데 276경기가 선발 등판이었다. 세이브는 단 1개도 없다. 그나마 2010년·2018년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SK 와이번스의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경험이 있다. 단기전 마무리 투수 경험은 있지만, 불펜에서 풀 타임 시즌을 보낸 적은 없다. 선발투수와 불펜투수는 등판 일수, 이닝 자체가 달라서 준비 과정도 다르다. 4~5일 휴식을 보장받는 선발과 달리 불펜 투수는 쉬는 날이 정해져 있지 않다. 마무리 투수는 압박감이 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

프로 데뷔 이후 줄곧 선발 투수로 뛰어온 김광현에겐 쉽지 않은 도전이다. 송재우 위원은 “올 시즌은 경기 수가 60경기밖에 되지 않아서 모든 팀이 ‘촌놈 마라톤’을 펼칠 것이다. 자연스럽게 불펜 과부하가 올 수 있다. 김광현이 시즌 초반에 흔들리면 팀에서 꾸준히 기다려줄 수 없을 것이다. 불펜 경험이 없는 김광현이 압박감을 잘 이겨내는 게 과제다. 만만치 않은 도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광현 개인적으론 ‘스윙맨’이나 ‘롱맨’ 임무를 맡는 것이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시즌 개막이 연기되면서 컨디션 관리에 애를 먹는 선수가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개막 후 한 달가량 지난 시점에는 선발진 재구성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 송 위원은 “현재 선발 투수들이 부상이나 부진으로 이탈했을 때 다시 기회를 받을 수 있다. 롱맨이나 스윙맨으로 시작해 선발진 진입을 노리는 것이 이상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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