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우먼 파워’ 열풍이 거세다. 여성 캐릭터들을 주축으로 한 영화가 속속 제작되는 추세 속 여성 액션 역시 점점 진화하는 모양새다. 남성 주인공을 받쳐주는 역할이 아닌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가 트렌드로 자리잡은 시점에 다양한 여성 액션이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최근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인 ‘반도’의 이정현과 넷플릭스 인기영화 ‘올드가드’의 샤를리즈 테론은 눈에 띄는 액션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 ‘반도’ 이정현, 여전사 이미지 구축

‘반도’에서 눈에 띄는 캐릭터는 단연 민정(이정현)이다. 이정현은 극 중 폐허가 된 땅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민정 역을 맡아 강렬한 여전사로 변신했다.

이정현은 촬영 전부터 액션스쿨을 다니며 액션을 연마했다. 이정현은 “액션 욕심이 많이 났는데 세트장에서 팔을 휘두르는 장면이 거의 다였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는 또 “모든 여성 배우들이 액션에 욕심을 내듯 나 역시 마찬가지다”라며 액션을 향한 열정을 드러냈다.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처음으로 여전사 캐릭터에 도전한 이정현은 연상호 감독으로부터 “강인한 모습과 감정적인 부분들이 너무 잘 어우러져 있는 배우”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탈출을 위해 모든 것을 건 액션과 절박한 감정 연기를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생존을 위해 운전대를 잡은 아이 준이 역을 맡은 이레와도 완벽한 호흡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반도’의 여성 캐릭터가 주목 받는 이유는 기존의 재난물 속 ‘구원 받는 여성’이 아닌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정석(강동원)이 좀비떼의 습격을 받을 때 구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미성년자 준이다. ‘약한 존재’로 그려졌던 여성과 아이가 위기에 처한 군인 남성을 구하고 생존을 위해 좀비떼를 물리치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 ‘올드 가드’ 샤를리즈 테론, 대역 없는 리얼 액션

최근 넷플릭스 한국 인기 순위 2위인 영화 ‘올드 가드’는 여성 액션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드 가드’는 오랜 시간을 거치며 세상의 어둠과 맞서온 불멸의 존재들이 세계를 수호하기 위해 또다시 힘을 합쳐 위기와 싸워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영화다. 그래그 러카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다. ‘스타트렉’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히트시킨 스카이댄스와 샤를리즈 테론이 설립한 ‘덴버 앤드 델릴라’가 공동 제작했다.

샤를리즈 테론은 극 중 기억도 할 수 없이 오랜 시간을 살아온 불멸의 전사 앤디 역을 맡아 실감 넘치는 액션을 구현했다. 대역 없이 모든 장면을 직접 소화하며 액션의 진수를 보여줬다. 샤를리즈 테론과 키키 레인(나일 역)의 비행기 격투신은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어린 시절 발레리나였던 샤를리즈 테론은 “몸으로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 발레리나는 몸으로 스토리텔링을 표현한다. 액션영화도 비슷하다. 그래서 감정적인 걸 몸으로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며 액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샤를리즈 테론과 키키 레인으로 이뤄진 두 명의 여성이 주도적으로 극을 이끌어 나간다는 점 역시 색다른 재미를 준다. 수 세기 동안 비밀 용병 조직을 이끌어온 앤디와 팀에 새로 합류하게 된 나일은 터프한 액션신부터 섬세한 감정의 교류까지 나누며 케미를 과시한다.

이번 영화로 첫 액션을 소화한 키키 레인은 “액션 장르에서도 여성을 위한 기회가 확대됐다는 점, 여성들이 스스로를 구원하는 영웅이라는 점이 대단했다”며 “무엇보다 업계에서 여배우의 위상을 높여주고 있는 테론과 함께 해 영광이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배우부터 제작자, 감독까지 주요 창작자가 여성이라는 점 역시 눈길을 끈다. ‘러브 앤 바스켓볼’로 선댄스영화제에서 주목 받은 후 ‘블랙버드’를 연출한 지나 프린스-바이스우드가 연출을 맡았다. 프린스-바이스우드 감독은 “‘올드 가드’는 신화적 요소가 있고 인간관계, 가족, 그리고 사랑을 주제로 한다. 대단히 매혹적으로 다가왔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두 명의 거친 여성을 영화 속에 등장시켰다는 것이다. 여성 히어로를 선보였는데, 그 중 하나는 젊은 흑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진 액션 영화는 여성 배우들의 기용, 현실적이고 실제 타격이 느껴지는 액션 등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여성 캐릭터 위주의 액션 영화가 더 많이 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NEW·넷플릭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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