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수소차를 85만대를 공급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범국가적인 수소경제 컨트롤타워인 수소경제위원회도 출범했다. 2040년까지 수소 전문기업 1000개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올 1분기 기준 국내 수소차(1230대), 충전소(30기) 보급율은 세계 최고다. 정부는 전기차 대비 긴 주행거리와 짧은 충전시간 등 수소차 강점을 살려 대형화물차, 중장거리 버스 등 보급 차종을 확대할 계획이다. 구매 보조금 등 재정지원도 늘린다. 

수소 시범도시도 확대한다. 울산, 안산, 전주·완주, 삼척 등에 추가해 3기 신도시 5곳 중 2개 내외를 수소도시로 조성키로 했다. 공동주택 연료전지 발전, 수소충전소 및 수소버스를 공급한다. 

휘발유나 경유를 연료로 하는 내연기관 시대를 접고 전기차를 뛰어넘어 곧바로 수소차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계획인 셈이다. 한스경제는 본격적인 수소경제시대를 맞아 변화하는 국내외 수소기술의 미래를 진단하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친환경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자동차 업계는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주요메이커들은 친환경 모빌리티의 대표주자인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중 어떤 차종을 미래차의 주력모델로 내세울지 고민에 고민을 더하고 있다.

2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각자 보유한 전기차·수소전기차 기술을 이용해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한국 정부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정부도 이에 발맞춰 미래 친환경 사회에 적합한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고성능스포츠카 시장에서도 전기모터를 기반으로 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그린뉴딜 종합계획’의 대표 사업 중 하나로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보급에 나선다.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대, 수소차 20만대 보급을 목표로 세웠다. 급속 충전기 1만5000기, 완속충전기 3만기를 설치해 인프라 구축에도 투자를 확대한다.

독일은 지난달 10일 독일 수소경제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소비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6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함께 원자력발전소는 2022년까지, 석탄발전소는 2038년까지 전면 폐쇄한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도 경쟁적으로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를 출시하며 선제적 시장 개척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독주’ 테슬라, 이유 있는 전기차 대세론

하지만 각국의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과는 달리, 소비자와 기업은 전기차에 관심을 두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테슬라의 인기다. 이와 더불어 수소전기차 생산과 보급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현실적 문제에 부딪히면서, 당장 시장의 주도권은 전기차가 잡은 모양새다.

테슬라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인 공세를 벌이고 있다. 다양한 가격대와 최신식 자율주행기능 등 혁신 기술이 집약돼 소비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일부 차량에서 단차가 발견되거나 실험 중인 자율주행차량이 전방에 갑자기 생긴 장애물을 인지하지 못해 충돌하는 등 크고 작은 이슈가 생기고 있지만 4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달리며 자동차 업계 다크호스로 급부상 중이다.

지난 2분기 테슬라의 매출액은 60억4000만달러,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억3000만달러, 1억달러로 집계됐다.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 줄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흑자 전환했고, 전 분기 대비 실적은 모두 소폭 성장했다.

여기에 생산시설을 추가하고, 하반기엔 지수 편입도 노리고 있어 성장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프리몬트 공장에서 생산능력은 확장되고 있고, 연말까지 모델3·모델Y 생산능력은 50만대로 늘어날 예정”이라며 “9월에는 지수 편입 심사와 시장의 관심이 큰 배터리데이 등을 앞두고 있어 추가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벤츠와 아우디 등 수입차 브랜드들도 잇따라 관련모델을 선보이며 전기차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다.

벤츠는 EQC, 아우디는 e-트론을 각각 브랜드 최초 순수전기차로 내세웠다. 대부분 1회 충전으로 300~400㎞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성능이 개선됐고, 다양한 신기술을 접목해 내놓으면서 품질 경쟁력도 끌어올리고 있다.

전기차, 낮은 진입장벽…경제성·인프라 수소전기차 앞서

전기차의 보급이 수소전기차를 앞서는 이유는 말 그대로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진정한 무공해 수소전기차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일명 ‘그린 수소’를 저렴하게 생산하는 기술이 필요하지만 대량생산에 애를 먹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는 ‘그레이 수소’다. 이는 메탄(천연가스)을 고온·고압의 수증기로 분해해 생산한다. 수소 1㎏을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 약 5㎏을 오히려 배출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려면 따로 이산화탄소를 뽑아내(포집) 저장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저장 공간 등을 마련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든다.

그린 수소는 무 전기분해, 암모니아 분해 등을 통해 추출한 수소다. 이산화탄소는 발생하지 않아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생산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아 대량생산에 어려움이 있다.

아울러 엔진 생산 비용도 전기차가 훨씬 저렴하다. 하이브리드 엔진을 모티브로 하기에 기존에 개발된 전기모터를 활용한 자동차 제작이 가능하다. 수소전기차는 엔진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현대차, 토요타, 혼다 등으로 제한적이고 생산비용도 훨씬 비싸다.

수소전기차, 주행거리·충전시간 등에서 압도적…“보급만 되면 절대강자”

수소전기차는 승용차 부문에선 전기차에 주도권을 내준 모양세다. 하지만 자동차업계는 인프라 확충을 통해 보급 문제를 해결할 경우 더 많은 장점이 빛을 보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장점은 엄청난 주행거리와 일반 내연기관과 비슷한 수준으로 충전시간이 짧다.

현대자동차의 2세대 수소전기차 ‘넥쏘’는 1회 충전으로 약 609㎞ 주행이 가능하다. 최고출력은 약 154마력, 최대토크는 40.3㎏·m으로 동급 가솔린 차량과 비슷한 성능을 자랑한다.

게다가 충전시간은 5분에 불과하다. 기존 전기차가 완충에 약 40분~10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효율성이다.

업계에서도 ‘승용차는 전기차, 상용차는 수소전기차’라는 인식이 형성되어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개발에 최근 스웨덴에 수출한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는 1회 충전으로 1000㎞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지난해 니콜라 코퍼레이션이 공개한 뒤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는 ‘니콜라’ 시리즈 역시 1900㎞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충전소가 주요 거점에만 설치되어도 충분한 충전이 가능하다.

연료전지가 상대적으로 가볍지만 출력이 빼어나다는 점도 수소전기차가 주목받는 이유다. 연료로 쓰이는 수소 자체가 가벼워 차체 무게를 줄이고, 이를 통해 더 많은 화물을 운송할 수 있게 된다. 전기차를 상용차로 사용할 경우 배터리의 무게와 부피 부담이 커지는 것과 상반되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프라만 제대로 갖춰지면 수소전기차 보급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정부가 수소경제 관련 인프라 확충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여기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에선 한국 정부의 지원이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글로벌 수소 경제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선진국의 지원과 비교하면 일종의 ‘보여주식’에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적극적 지원의 절실함을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2025년까지 5조4000억원을 투자해 수소차 20만대(누적 기준), 수소 충전소 450기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김호연 기자 hoyeon54@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