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KLPGA 전반기 2승' 박현경 단독 인터뷰
K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박현경이 본지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민환 기자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박현경(20)과 임희정(20), 조아연(20)은 국내 여자골프계에서 ‘2000년생 트로이카’라 불린다. 지난 시즌부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불어 닥친 ‘2000년생 돌풍’은 조아연(우승 2회ㆍ신인상)으로 시작해 임희정(3승)을 거쳐 이젠 박현경(2승)이 주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 시즌 전반기 KLPGA 투어에서 유일하게 다승(2승)을 거둔 박현경을 지난 20일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임)희정이는 스윙이 좋아 일관된 샷을 한다. 퍼트 능력도 뛰어나다. (조)아연이는 3명 중 가장 장타자인데다가 쇼트 게임도 가장 잘한다”고 동갑내기 친구들을 높이 샀다. 자신의 강점을 소개해달라는 질문엔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235.7917야드인) 저는 장타자는 아니다. 대신 정확하게 또박또박 공을 친다”라고 수줍게 답하며 “3명 모두 쇼트 게임 능력은 평균 이상이다. 코스 운영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큰 단점이 없는 선수들이다”라고 말했다.

◆이시우 코치ㆍ고진영ㆍ아버지의 도움

다승과 상금 1위(4억5075만7500원)에 올라 있는 박현경은 데뷔 첫 해인 지난해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지난해 국내 첫 대회(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아연이가 우승하고, 국내 3번째 대회에선 이승연(22) 언니가 정상에 올랐다. 그해 신인 선수들이 8승을 합작했는데 제 승수는 채워지지 못했다”며 “시즌 막판 우승 기회가 왔는데 조급함이 생겨서 그 기회를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샷 기술적으론 이시우(39) 코치, 멘탈 측면에선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에게 도움을 받았다. 박현경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체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 스윙을 했다. 중심축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채 스윙이 이뤄져 샷의 정교함도 떨어졌다. 그는 “코치님이 중심축을 바로 잡아주셨다. 균형 잡힌 스윙을 만들어 주셨다. 그래서 샷의 정교함 높아졌고 아이언 샷도 좋아졌다. 비거리도 늘어 꾸준히 잘 할 수 있는 스윙이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박현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뒤늦게 재개한 KLPGA 투어에서 곧바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5월 KLPGA 챔피언십을 제패하기 전날 고진영으로부터 “우승을 생각하지 말라”는 조언을 들었다. 박현경은 “그만큼 욕심을 부리지 말고 편하게 경기하라는 뜻이었다. 그 말을 되새기며 욕심 없이 편하게 쳤더니 자연스럽게 첫 우승이 찾아왔다”고 떠올렸다. 고진영의 조언 중 특히 ‘네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되, 네 영역 밖인 것은 하늘에 맡겨라’라는 말이 가장 와 닿았다고 했다. 박현경은 “4라운드 내내 그 생각을 하다 보니 스코어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작년보다 올해는 운도 좀 많이 따라준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는 한국프로골프(KPGA) 2부 투어 우승 경력이 있는 아버지 박세수(51) 씨와 ‘선수-캐디’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박현경은 “아버지는 제가 샷이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몸이 안 써지고 팔로만 공을 치고 있다’와 같은 스윙 조언을 해주신다. 심리적으로 불안해 보이면 ‘못해도 괜찮다’라거나 ‘자신 있게 쳐라’ 같은 말씀을 하셔 제가 편안하게 경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고 감사해했다. ‘부녀간에 티격태격할 때도 많을 것 같다’는 말에 그는 “작년까진 아버지와 의견 충돌이 많았다. 그런데 올해는 첫 대회부터 아버지와 친구 같은 느낌으로 플레이가 잘 됐다. 마음이 편안한 상태가 되니 성적도 좋아지더라”고 웃었다.

박현경이 본지와 인터뷰 후 카메라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임민환 기자

◆닮고 싶은 선배들 ‘박인비ㆍ이정은ㆍ고진영’

박현경은 목표지향적이다. 정상급 선수들의 장점을 두루 닮고 싶어했다. 그는 “제가 중고등학생 때 박인비(32) 선배님께서 한창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 정상에 오르시곤 했다. 선배님의 컴퓨터 퍼트를 닮고 싶다. 국가대표 시절 함께한 ‘핫식스’ 이정은(24) 언니의 자기관리 면모도 배우고 싶고 고진영(25) 언니처럼 후배들을 위해 조언해주는 훌륭한 선배도 되고 싶다”고 고백했다.

박현경은 “올해 목표가 첫 우승이었는데 전반기에만 2승을 거뒀다. 이렇게 될 줄 미처 몰랐다. 얼떨떨하고 좋기도 한데 또 다른 목표가 있어야 동기부여가 되니깐 후반기에도 1승을 더 추가하도록 노력하겠다. 3승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어 “원래 대회 출전 때 ‘톱10에 들자’라는 생각으로 나간다. 우승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대회에 나간 적은 없다. 편하게 경기하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고 그걸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먼 훗날이라도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그는 “단기 목표를 설정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내년과 그 이후 제가 어떻게 플레이 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먼저 국내에서 저를 좀 더 알리고 투어에서 인정 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러다 만약 25~26세쯤 기회가 오면 해외 진출을 해볼 생각은 있다”고 답변했다. ‘미국과 일본 중 어느 쪽인가’라고 묻자 “어렸을 때부터 미국 무대를 꿈꿔왔지만, 작년부터 조금씩 생각이 바뀌더라. 장타자가 아닌데다, 플레이 스타일을 종합해 보면 일본 투어 쪽이 더 맞겠다는 생각을 한다. 주변 분들도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지금은 일본 쪽을 더 원하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박현경은 “골프를 하는 게 즐겁다.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골프라 이것에 대한 목표를 이루는 게 꿈이다”라고 강조했다. 프로 2년 차인 만큼 이루고 싶은 게 많은 골퍼다. 공교롭게도 그의 휴대전화 컬러링은 가수 홍대광(35)의 곡 ‘잘됐으면 좋겠다’이다.

박현경이 골프공을 든 채 웃고 있다. /임민환 기자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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