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위)과 김광현. /AP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코리안 빅리거 류현진(33ㆍ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32ㆍ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올 시즌 첫 경기에서 희망과 과제를 동시에 남겼다.

류현진은 25일 미국 탬파베이주 세인트피터스버그의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전에 시즌 첫 선발 등판해 4.2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4안타 4사사구(3볼넷+1사구)를 내주고 4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내용과 결과 모두 우리가 아는 ‘코리안 몬스터’와 거리가 멀었다. 무엇보다 특유의 핀포인트 제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 4월과 5월에 27이닝 연속 무볼넷 행진을 펼치는 등 칼날 제구력을 앞세워 빅리그를 평정했다. 한 시즌 동안 기록한 볼넷이 24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날은 사사구를 4개나 내줬다. 이날 투구수 97개 중 스트라이크는 54개로 스트라이크 비율이 55.7%에 불과했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도 낮았다. 무려 14명의 타자에게 초구에 볼을 내줬다. 

투구수가 늘어나면서 구위와 구속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류현진은 5회 한계 투구수를 넘은 상황에서 쓰쓰고 요시모토(39)에게 변화구 대신 밋밋한 143km짜리 빠른 공을 던지다 홈런을 허용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 MLB.com에 따르면 류현진은 경기 후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에서 "새로운 팀과 새로운 환경에서 첫 경기다 보니 다소 긴장을 했다. 커맨드가 예전만큼 날카롭지 않았다"고 했다.

첫 경기 결과가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54) 본지 논평위원은 “천하의 류현진도 개막전 등판은 부담이 컸을 것이다. 구속과 구위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 류현진은 커맨드만 정상적으로 되면 어떤 타자든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고, 실제로 그럴 능력이 있는 선수다. 정상 컨디션을 되찾으면 커맨드나 구위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K’ 김광현은 같은날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이날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2020 미국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서 팀이 5-2로 앞서던 9회초 구원 등판해 1이닝 2피안타 2실점(1자책)하고 데뷔전에서 세이브를 수확했다. 김광현은 한국 선수로는 김병현(은퇴)에 이어 두 번째로 빅리그 데뷔전에서 세이브를 올렸다. 

김광현은 KBO리그에서 줄곧 선발투수로만 뛰었다. ‘초보 마무리’ 김광현의 지상 과제는 마무리의 압박감을 이겨내는 것이다. 이날 김광현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빅리그 첫 등판의 압박감과 마무리의 중압감을 이겨내고 팀 승리를 지켜냈다.

이날 투구 내용은 좋지 않았다. 긴장한 탓인지 스트라이크존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결정구인 슬라이더의 제구도 좋지 못했다. 안타 2개 모두 슬라이더를 던지다 맞았다. 미국 매체 CBS스포츠는 “최근 선임된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로서는 화려한 등판은 분명 아니었다”고 냉정하게 평가하기도 했다. 김광현 역시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마무리 경험이 많지 않아서 긴장했다. 모든 경기에서 더 나아져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앞으로 더 좋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 위원은 “개막 직전 연습경기 때도 반대 투구가 많고 제구가 썩 좋지 못했다. 낮게 제구된 공이 커트가 되고, 장타를 의식하다 보니 제구에 대한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스트라이크 존을 조금 더 넓게 활용해야 한다”면서 “마무리 경험은 없지만 김광현은 베테랑이다. 자신의 강점을 살리는 경기를 하면서 자신감을 찾으면 마무리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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