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이 입장한 26일 잠실구장.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관중석에선 마스크 착용이 필수이며 티켓 판매는 온라인에서만 가능합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시즌 12차전이 열린 26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 야구장 곳곳에선 안전한 관람을 위한 방역 수칙 준수를 당부하는 안내방송이 계속 흘러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라 무관중으로 진행하던 프로야구는 정부가 최근 프로스포츠 관중 입장을 허용해 이날 잠실, 고척, 수원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팬들을 맞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관중 입장을 허용한 건 대만, 일본에 이어 KBO리그가 3번째다.

잠실구장엔 수용 인원의 10% 수준인 2424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25일 오전 온라인 티켓 시스템이 열린 지 1시간 25분 만에 예매 가능한 표는 동이 났다.

관중 입장이 시작된 오후 3시부터 잠실구장 앞엔 야구 팬들로 가득 찼다. 오랜만에 ‘직관(직접관람)’에 나선 팬들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홀로 야구장을 찾은 두산 팬 한다윗(18) 씨는 “지난 시즌엔 50여 차례 야구장을 찾았는데 올해는 개막도 미뤄지고 야구장을 못 가서 우울했다. 모처럼 야구장을 방문해 기분이 새롭고 설렌다. 코로나19 전염 위험 때문에 불안하기도 했지만, 야구를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서 야구장을 찾았다”고 밝게 웃었다.

가족과 올해 처음으로 야구장을 방문한 LG팬 원지은(25) 씨는 “야구장에 올 수 있는 날이 다시 와서 정말 설렌다.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좌석 띄어 앉기를 하고 방역을 철저히 한다고 하니 안심이 된다. 코로나19가 빨리 진정돼 야구장이 만원 관중의 열기로 가득 차는 날이 다시 오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잠실구장엔 AP 통신, 로이터 통신, CNN, AFP 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과 국내 30여개 매체 취재진이 몰렸다. 현장 통제와 방역 관리를 위해 진행요원 77명이 투입됐다. 홈팀 두산은 오전부터 손님맞이 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들도 방문해 현장 점검을 마쳤고, 정운찬(73)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도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 전 양팀 감독은 관중 입장을 반겼다. 김태형(53) 두산 감독은 “관중이 들어와야 야구장에 활력이 돈다“며 “선수들이 집중력도 높아지고 무관중 때보다 활기차게 플레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중일(57) LG 감독도 “프로 선수라면 당연히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 관중이 입장하면서 선수들도 힘이 나고 더욱 집중력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삭막했던 야구장엔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무관중 기간 셔터를 내렸던 구단 상품숍, 음식점 등 야구장 내 상점들은 이날 처음 문을 열었다. 잠실구장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A씨는 “무관중 기간엔 손님이 거의 없어서 장사를 접다시피 했는데 이제 직원도 늘려야 할 것 같고 바빠질 것 같다”고 웃었다.

거리를 둔 채 경기를 보는 야구 팬들. /연합뉴스

물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잘 지켜지지 않은 모습도 보였다. 육성 응원이 금지됐지만, 일부 팬들은 응원가를 부르고 자리에서 일어나 유니폼을 흔들며 함성을 질러 우려를 자아냈다. 두산은 비말 전파에 따른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육성 응원 자제 요청 문구를 여러 차례 전광판에 띄웠다. 구단 응원단장도 관중에게 육성 응원을 자제해달라고 여러 차례 부탁했지만, 평소와 다름없는 응원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날 원정팀인 LG는 응원단을 운영하지 않았다. 하지만 3루석의 일부 LG 팬들은 선수들의 응원가를 불렀다. 7회 초 LG가 3-2로 역전했을 땐 3루 관중석에 앉아있던 대부분의 관중이 일어나 응원가를 부르며 선수 이름을 연호했다. 바이러스를 걸러내는 마스크도 야구 팬들의 열정까지 걸러낼 순 없는 듯했다.

앞서 KBO는 관중 입장 허용을 발표한 뒤 "응원 또한 비말 분출이 우려되는 구호나 응원가, 접촉을 유도하는 응원 등은 제한된다.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관람객에겐 경고 및 퇴장 등 강력한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팬들은 마스크 착용, 음식물 취식 금지 등 기본적인 수칙을 잘 따르며 성숙한 관중 문화를 보여줬다. 그러나 육성 응원을 한 일부 팬들 탓에 아쉬움은 남았다.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직관 문화가 필요하다. 관중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해당 경기장은 방역 조치를 하고 이틀 동안은 폐쇄해야 한다. 경기 취소는 물론 최악의 경우엔 무관중 체제로 돌아갈 수 있는 문제인 만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야구의 '뉴노멀(New Normalㆍ시대변화에 따른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건 팬들을 포함한 KBO리그 구성원 모두의 과제다.

잠실=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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