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홈페이지

[한스경제=변세영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벼랑 끝에 몰린 면세점 업계가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가운데, 인천공항의 임대료 정책에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일부 업체에게만 매출 하락에 따른 임대료 차등 지불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27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천공항공사는 다음 달 계약이 만료되는 인천공항 T1터미널 매장에 대해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과 연장영업을 합의했다. 이들은 각각 DF3 구역과 DF2·DF4·DF6 구역에서 오는 2월까지 영업을 이어간다.

인천공항은 지난 3월 제1터미널 10개 면세 구역 중 계약이 만료되는 8개 구역에서 신규 사업자 선정 작업을 진행했지만 임대료 부담으로 6개 구역이 유찰돼 체면을 구겼다. 면세점 공실 위기를 맞은 인천공항은 부랴부랴 기존 운영업체인 롯데와 신라에 연장 영업을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오는 9월부터 최대 6개월간 임대료 ‘매출연동제’ 지원을 적용해 주기로 했다.

매출연동제는 매출에 따라 임대료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품목별로 일정 영업요율을 매겨 측정된다. 품목별로 최소 8%에서부터 담배나 주류는 매출의 35%까지 적용돼 임대료에 산정된다. 하늘길이 막혀 사실상 매출이 ‘바닥’에 수렴하는 면세점 입장에서는 수백억의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전경 / 변세영 기자

문제는 면세점 빅3 중 나 홀로 제외된 신세계면세점이다. 신세계가 T1에서 운영하는 두 구역은 오는 2023년까지 계약이 묶여있어 롯데와 신라처럼 협상테이블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신세계가 공항에 지불하는 임대료는 이들이 갖고 있는 시내 면세점인 명동점, 강남점, 부산점 임대료 보다 부담이 월등히 높다. 명동점, 강남점, 부산점은 1년에 각각 270억원, 각각 80억원 수준을 임대료로 지불한다. 그나마 시내 면세점 중 임대료 부담이 가장 높았던 명동점도 최근 신세계가 백화점 본점 내 위치한 면세점(8~12F, 16~17F)에 100% 현물출자를 진행하면서 임대료를 지불할 걱정이 없어졌지만, ‘공항’이라는 큰 산이 남았다.

현재 신세계가 인천공항에 지불하는 임대료는 월 360억원 수준으로, 오는 9월부터 6개월간 총 21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마찬가지로 현대백화점과 중소 면세점인 엔타스도 계약 종료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임대료 협상이 없었고 고정 월세 격으로 최소보장금을 꼬박꼬박 지불해야 하는 처지다. ‘형평성’ 문제가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업계가 모두 어려운 만큼, 공항이 이 부분을 고려해주길 기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분기 코로나 여파로 텅 빈 인천공항 전경 / 연합뉴스

인천공항의 임대료 차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월 매출 타격의 직격탄을 입은 면세점에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할인해주겠다는 정책을 제시했지만, 정작 매출 타격이 가장 큰 대기업 면세점 지원은 빠져있어 역차별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초 지원책은 오직 중소상공인만 50%를 감면해준다는 내용이었다.

업계 안팎으로 논란이 커지자 지난 4월 대·중견기업 20%, 중소는 50%로 한발 물러난 데 이어 결국 지난달 대·중견 50%, 중소면세점은 최대 75% 임대료 6개월 감면을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중견으로 분류된 SM면세점은 사실상 소기업과 규모가 비슷한데도 대기업과 똑같이 분류되는 차등지원 등을 이유로 인천공항 T1 연장영업과 재입찰을 포기하기도 했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재고품 시판 허용 등의 판로확대는 큰 효과가 없다”라면서 “공항의 임대료 부담이 낮아져야만 면세점 업계의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인천공항 이용객은 지난해 3867만명 대비 약 72% 줄어든 1089만명이다. 코로나 이전 하루 평균 20만명이 이용했던 공항은 지난 2월 11만명 이후 5월엔 4000명 아래로 떨어졌다.

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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