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美 부차관보, LG유플러스 직접 언급…비용·호환성 문제로 급격한 변화 쉽지 않아
"정치적 결정 강요받을 것, 현명히 대처해야"…정부, 28일 대응방안 논의 예정
ㅠLG유플러스, 화웨이 CI. /연합뉴스

[한스경제=마재완 기자] 최근 미·중 무역갈등이 재점화 되면서 중국 때리기가 연일 지속되고 있다.

지난주 로버트 스트레이어 미국 국무부 부차관보가 LG유플러스를 직접 언급하며 화웨이 장비 교체를 촉구했다. 화상 브리핑을 통해 5세대 이동통신(5G) 안보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다.

미 국무부에서 사이버·국제정보통신을 담당하는 스트레이어 부차관보는 “화웨이 기술 도입은 중국 공산당이 그 기술에 장애를 일으키거나 감시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하는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감을 표했다.

이어 “LG유플러스 같은 기업에, 믿을 수 없는 공급업체에서 믿을 수 있는 공급 업체로 옮길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은 우방국에 ‘반(反)화웨이’ 전선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을 시작으로 한국과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까지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인도는 중국과 국경 분쟁까지 겹치며 갈등 양상이 대폭 확대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한 미국의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인도는 통신장비와 제약업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공급망 키우기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인도는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통신3사 중 유일하게 화웨이 5G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유선 통신망 장비까지 고려하면 통신3사를 비롯해 대부분의 글로벌 이동통신사들이 모두 화웨이 장비를 쓰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논리라면 이들 통신사는 모두 장비를 교체해야한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갈등으로 촉발된 정치적 이슈에 불과하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SNS를 통해 "(화웨이의 보안 문제는)기술적으로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황증거만 갖고 미국과 중국사이의 파워 게임에 끼어 있는 형국이니 사실 답이 없다"고 말했다.

김승주 전 4차산업혁명위원회 SNS 캡처

 

화웨이 장비 교체, 천문학적 비용 '딜레마'

현재 LG유플러스는 ▲삼성전자 ▲노키아 ▲화웨이 ▲에릭슨에서 5G 장비를 공급받는다. 이중 화웨이 장비가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북부 지역에 화웨이 장비가 주로 설치됐다. 수도권이 5G 인프라 핵심 지역임을 감안하면 화웨이 장비 교체는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먼저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교체할 경우 비용이 문제다. 화웨이 장비는 상대적으로 설치 비용이 저렴하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화웨이 장비 공급 단가는 기지국당 약 1억원이다. 삼성전자 공급 가격이 이보다 약 30% 비싼 것을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 부분에서 LG유플러스가 화웨이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12년 한국 최초 LTE 전국망을 설치했다. 3G 시장 3위였던 LG유플러스는 이때 화웨이 장비의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빠르게 LTE 기지국 보급률을 높일 수 있었고, 최초로 매출 10조원 시대를 열었다.

앞서 스트레이어 부차관보는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교체하면 비용 지원을 해줄 수 있냐는 질문에 “우리는 아마도 그들이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 어떤 경제적 인센티브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아닌 다른 대안을 선택하는 것은 비용 문제만 따져보더라도 사실상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통신망 호환성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LG유플러스는 이미 수도권 LTE 장비로 화웨이 기지국을 사용해왔다. 수도권 5G 상용화를 위해 장비 연계성을 고려하는 것은 상식적이다. 현재 5G 서비스는 LTE 통신망과 함께 사용되는 비단독모드(NSA) 방식이다. 때문에 섣불리 화웨이 장비를 제거하면 기존 LTE 서비스 사용자에 대한 품질저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수도권내 4세대 및 5세대 이동통신 장비를 다 걷어내고 새롭게 투자하기 위해서는 수조원대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지난 15일 통신업계 CEO들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간담회를 갖고 5G 28기가헤르츠(GHz) 전국 통신망 구축에 25조원을 투자하기로 뜻을 모은 바 있다. 미국의 화웨이 장비 퇴출 촉구로 5G 구축사업 참여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LG유플러스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5G 장비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벤더(공급업체) 수를 줄이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며 "향후 사업 계획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아직까지 5G망 투자에 대한 변동사항은 없다" 변동 가능성을 일축했다.

 

정부 G2 리스크 최소화해야

미국이 화웨이 장비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 미국 하원은 화웨이와 ZTE가 중국군 사이버 부대에 특별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한 점을 근거로 해당 회사 통신 장비 사용이 보안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스트레이어 부차관보의 문제제기 역시 LG유플러스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으니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LTE 장비부터 화웨이 제품을 사용해온 LG유플러스는 보안 문제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지난 2013년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필계 LG유플러스 CR전략실장(부사장)은 "통신사업자의 통신망은 외부 인터넷망과 완전 분리돼 있어 원격 접속이 불가능한 폐쇄망"이라며 "통신망 운영도 화웨이 직원이 아닌 LG유플러스 직원들이 하기 때문에 향후 보안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일본 통신사업자에 대한 통신망 보안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 이유도 우리나라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 사용을 유지하면 미국의 무역 보복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LG전자나 LG화학 등 주력 계열사에 불길이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결국 기업이 미국으로부터 한쪽을 택하라는 정치적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어느 한쪽을 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중장기 좌표를 설정해 기업의 G2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LG그룹 사옥 전경 /연합뉴스

한국 정부는 일단 LG유플러스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3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5G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민간 분야 협력을 포함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면서 "민간 부문의 장비 도입은 기업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오는 28일 청와대를 포함해 국무조정실, 과기정통부 등 10여개 부처와 함께 미·중 갈등에 대비한 ‘제3차 외교전략조정회의’를 개최해 향후 국제 정세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한편 미국은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자기편 만들기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 14일 영국은 2027년까지 전국에 설치된 화웨이 장비를 타사 제품으로 교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프랑스 정부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이동통신사에 대한 장비 사용권 갱신을 거부했다.

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현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프랑스에서는 통신장비업체에 대한 어떠한 차별도 없다"며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미국이 화웨이를 시작으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자 이에 동조하는 노선을 택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마재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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