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적용 경과조치 기간 28일부로 종료… 분양가 둘러싼 갈등 여전
둔촌주공 조합 측 "HUG 분양가로 모집공고 신청 완료… 추후 선택할 것"
일반분양 시점 미지수… 공급 위축 우려
철거 공사 중인 둔촌주공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분상제) 적용 경과조치 기간이 지난 28일부로 종료되면서 오늘(29일)부터 분상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전날까지 입주자 모집공고 신청을 마친 경우 분상제 적용을 피할 수 있는 가운데 선분양과 후분양을 놓고 갈등을 겪는 단지가 적지 않아 파장이 예상된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존 6개월에서 9개월로 연장했던 분상제 적용 경과조치가 종료됐다. 당초 4월 28일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한 경우 분상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했으나, 조합 총회로 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인해 3개월 연장됐다.

분상제가 시행되면 적용지역에 한해 분양가가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산한 가격 이하로 제한된다. 민간택지의 경우 택지비는 감정평가액에 택지가산비를 합한 금액으로 계산되며 건축비는 지상층과 지하층을 포함한 기본형 건축비에 가산이 붙는 방식이다.

현재 확정된 적용지역은 강남, 서초, 송파, 강동 등 서울 18개 구 309개 동과 광명, 하남, 과천 등 경기도 3개 시 13개 동이다. 해당 지역은 이날부터 지자체 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분양가가 결정된다.

핵심은 '선분양 vs 후분양'
분상제 적용에 관한 쟁점은 현재 이뤄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심사와 비교해 분양가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분상제가 적용될 경우 HUG가 책정하는 분양가보다 5~10%가량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는 상한제 적용 분양가가 기존 HUG 분양가보다 더 저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단지에서 HUG 분양가를 적용하는 선분양과 분상제를 적용하는 후분양 여부를 둘러싸고 갈등이 심화됐다.

서울 은평구 수색·증산 뉴타운 재개발 추진 단지들은 최근 HUG로부터 나란히 3.3㎡당 1900만원대 분양가를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대했지만 최근 분상제를 피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 정부의 고분양가 관리체제에서 HUG 분양가 이상 책정받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원베일리 단지도 최근 HUG 분양가를 수용하기로 하고 입주자 모집공고 승인신청을 하기로 했다. 다만 이들은 일단 신청서를 낸 뒤 HUG 분양보증 유효기간인 2개월 내에 상한제 적용 분양가와 비교해 더 손해가 적은 쪽을 택한다는 계획이다.

둔촌주공 갈등 여전… 일반분양 시점 '오리무중'
반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는 분상제 시행 후에도 선분양과 후분양을 놓고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지난 28일 분상제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입주자 모집공고 신청을 완료했다. 조합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4일 HUG로부터 3.3㎡당 2978만원 분양보증서를 발급받은 뒤 27일 관할구청인 강동구청에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했다. 또 지난 16일 분상제 적용을 받기 위한 택지비 감정평가도 신청한 바 있다.

조합은 HUG 분양가와 분상제 적용 금액을 모두 받아 비교한 뒤 오는 9월 5일 총회를 통해 유리한 쪽으로 일반분양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합 측은 “입주자 모집공고 신청은 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이자 최후의 보루”라며 “최악의 경우 분상제 금액이 낮게 나오더라도 2978만원은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20조 및 공동주택분양가규칙 10조에 따른 적법한 절차”라며 “서울시에서도 총회 통과는 사후 보완이 가능한 사안으로 입장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후분양을 주장하는 둔촌주공 조합원 모임은 강하게 반발했다. 모임 측은 “시공사와 조합 측이 HUG 분양을 고수하는 이유는 기존에 맺은 계약을 그대로 진행 가능하고 시공사는 현금 공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분상제를 적용받을 경우 계산 항목인 ‘택지비’에 공시지가가 인정되기 때문에 HUG 분양가인 2978만원보다 더 높은 분양가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둔촌주공아파트 공시지가는 올해 기준 1㎡당 881만1000원으로 평당 2912만원 수준이다.

관할구청인 강동구청은 일단 조합원 모임 측 손을 들어줬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지난 15일 조합원 모임 측과 만남에서 “총회 승인 없는 분양신청은 거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아울러 내달 8일 조합 임시총회 개최 전까지 이와 관련한 모든 행정 처리는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조합원 모임은 임시총회에서 현 조합 집행부 해임을 안건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내홍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둔촌주공 일반분양 시점은 오리무중이 됐다.

공급 위축 우려… 국토부 "물량 축소 가능성 낮아"
이처럼 분상제 시행과 관련해 난항을 겪는 단지가 많아지면서 향후 공급도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예상보다 낮은 분양가로 인해 재건축·재개발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시공사 참여도가 떨어지고 신규 물량 분양 시점이 늦어진다는 얘기다.

국토부는 “분상제는 분양가격에 적정 이윤을 반영하고 가산비를 통해 추가적인 품질 향상 비용도 반영할 수 있도록 해 사업 이윤 감소에 따른 공급 위축 우려가 적다”며 “분양가 심사 과정에서 다소 지연은 있을 수 있으나 사업 자체 취소 등 물량 축소 우려는 낮다”고 해명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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