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경이 장갑을 낀 채 퍼트를 시도하고 있다. /KLPG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아마추어 골퍼들 사이에선 장갑을 끼고 퍼트를 하면 ‘초보’라는 시선을 받는다. 손의 미세한 감각 차이로 버디와 파, 보기가 갈릴 수 있는 퍼트 상황에서 장갑 착용은 경기력도 둔하게 만들 것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러나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이 같은 편견을 깨고 있는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박현경(20)이다. 올 시즌 전반기에만 2승을 수확한 그는 대회 우승 트로피를 받을 때 늘 손에 장갑을 착용하고 있다. 직전인 마지막 18번홀 우승 퍼트를 할 때 장갑을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장갑을 끼고 퍼트를 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어렸을 때부터 해 온 ‘루틴’이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그립력 때문이다.

최근 본지와 만난 박현경은 “9세 때 골프를 시작했는데 처음엔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당시엔 어려서 그랬는지 일일이 장갑 벗는 게 귀찮았다”며 “아버지께서도 한국프로골프(KPGA) 선수로 뛰실 때 장갑을 착용하고 퍼트를 하셨다. 제가 장갑을 끼고 퍼트를 잘하기도 했고 아버지께서도 ‘굳이 장갑을 벗고 퍼트를 해야만 하는 규정은 없다’고 하셔서 지금까지 그렇게 해오게 됐다”고 털어놨다.

물론 그는 “중고등학생 때는 향후 프로에 데뷔해서 ‘장갑 퍼트’를 저만의 스타일로 만들어가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덧붙였다. ‘연습 때 장갑을 벗고 퍼트를 해본 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엔 “아마추어 시절 한 번은 퍼트가 너무 안 돼서 장갑을 벗고 해봤는데 그래도 잘 안되더라”고 웃으며 “지금도 가끔 연습 때 장갑을 벗고 퍼트 해보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감이 없더라”고 말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최다승(18승) 보유자인 ‘전설’ 잭 니클라우스(80ㆍ미국)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렉시 톰슨(25ㆍ미국) 역시 어렸을 때부터 장갑을 끼고 퍼트를 해왔다.

박현경은 높은 그립력을 위해서도 장갑을 착용한다. 골프 장갑은 원래 손에 물집과 같은 부상이 생기는 것을 막고 스윙 중 클럽헤드의 비틀림을 방지하는 구실을 한다. 스윙 시 회전축의 힘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약 10야드(9.144m)의 비거리 향상 효과도 낼 수 있다. 일부 선수들은 스윙뿐 아니라 퍼트 시에도 장갑의 도움을 받곤 한다. 장갑의 그립감을 좋아하는 선수들이 있다. 장갑이 퍼터에 밀착되면 그립력이 높아져 어깨부터 팔과 손, 퍼터가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아마추어 골퍼들도 장갑 내 습도가 적절히 조절된 경우라면 시험 삼아 해봐도 좋을 듯하다.

아울러 박현경은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연습량이 많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며 “아마추어 골퍼분들도 스코어를 줄이시고 싶으시면 필드에만 나가 즐기시는 것보단 레슨을 받으며 연습장에서 연습하는 시간을 늘리시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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