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정.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현역 최고 3루수인 최정(33)은 야구인들에게 ‘미스터리’한 선수로 꼽힌다. 박경완(46) SK 감독대행은 최근 최정에 관해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아직도 어떤 타자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며 웃었다.

최정은 비시즌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기 위해 반 박자 빠른 스윙을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국내에서 열린 청백전과 연습경기에서 뛰어난 타격감을 보이며 훈련 성과를 확인했다. 그러나 최정의 방망이는 시즌이 개막하자 차갑게 식었다. 5월까지 23경기에서 타율 0.205의 초라한 성적에 그쳤다. 규정타석을 채운 58명의 선수 중 타율 57위로 추락했다. 홈런은 단 2개, 타점도 11개에 그쳤다. 중심타자인 최정이 부진하자 SK는 10연패를 당하며 최하위로 추락했다.

6월부터 타격감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6월 들어 홈런 6개에 타율 0.301를 기록하며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6월 30일 최정의 타율은 0.256까지 올랐다.

감을 찾은 최정은 7월 폭발했다. 이번 달 최정은 28일 오전 기준 타율 0.400에 홈런 8개, 20타점을 쓸어 담았다. 타율은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30)에 이어 2위, 홈런은 LG 트윈스 김현수(32)와 함께 공동 1위다. 1할대 타율에 머물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타율이 0.296까지 올라왔다.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RC/27은 한 타자가 아웃 카운트 27개를 모두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추정 득점이다. 그 타자의 타석 생산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으로 평가 받는다. 최정의 이달 RC/27은 20.4로 리그를 폭격하고 있는 로하스보다 높다.

최정은 SK 타선에서 ‘대체 불가’ 타자다.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이 3.16으로 압도적인 1위다. ‘최정 와이번스’라는 말이 과분하지 않다.

중심타자 최정이 부활하자 SK도 신바람을 냈다. SK는 이달 21경기에서 4연승을 달리는 등 10승 10패 1무를 기록했다. 7월로 한정하면 리그 5위에 해당한다. 

박경완 감독대행은 최정의 상승세 비결로 선구안을 꼽았다. 박 대행은 “시즌 초반에는 볼에 스윙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그런 공들을 골라내고 있다. 저도 포수를 해봤지만, 선구안이 좋은 타자가 가장 힘들다. 볼을 안치기 때문에 상대 투수들이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질 수밖에 없다.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나는 공을 참아내면서 정타 확률이 높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리빙 레전드’인 최정은 올 시즌 대기록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그는 24일 대전 한화전에서 홈런 2개를 때려내며 이승엽, 양준혁(이상 전 삼성)에 이어 3번째로 350홈런 고지를 밟았다. KBO 역사상 350홈런을 때린 타자는 최정이 유일하다. 또 최정은 33세 4개월 6일로 역대 최연소 기록까지 만들어냈다. 종전 기록은 이승엽(44)이 2013년 6월 14일에 36세 9개월 27일에 350홈런을 달성했다.

최정은 2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도 홈런 1개를 추가해 개인 통산 351홈런을 기록했다. 양준혁(350홈런)을 제치고 이 부문 단독 2위에 올랐다. 역대 1위는 15시즌 동안 통산 467개 홈런을 기록한 이승엽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대사다. 꾸준함의 대명사인 최정은 2006년부터 올해까지 15시즌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역대 3루수 홈런 1위기도 하다.

2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을 향한 발걸음도 재촉하고 있다. 최정은 지난해까지 총 6번(2011~2013년, 2016~2017년, 2019년)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품었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38)와 함께 현역 최다 골든글러브 수상자다. 3루수 부분 최다 수상자는 8번이나 황금 장갑을 품은 한대화 KBO 경기운영위원이다.
최정은 올 시즌 전 스프링캠프에서 “올해는 ‘쿨’하게 야구를 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과거 타격이 잘 안 풀릴 때면 생각이 지나치게 많아졌지만, 올 시즌엔 욕심을 내려놓고 ‘마인드 컨트롤’에 신경 쓰겠다는 말이었다. 최정의 진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천=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