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오른쪽).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집중해” “좋다” “괜찮아”

여자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팀 훈련이 진행된 29일 오전 경기 용인 흥국생명연수원 체육관. 우중충한 날씨와 달리 흥국생명의 훈련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밝고 활기찼다. 박미희(57) 감독이 코트 밖에서 선수들을 지켜보는 가운데, 선수들은 쉴 새 없이 뛰고 구르면서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흥국생명 선수들은 힘든 훈련에도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았다.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한 선수는 다름 아닌 ‘배구 여제’ 김연경(32)이다. 그는 훈련 내내 선수들을 독려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김연경은 연습 중 좋은 공격이 나오거나 블로킹이 나올 때면 “좋아”라고 외치며 박수를 보냈다. 때론 먼저 장난을 걸며 후배들의 긴장을 풀어주기도 했다. 주장 김미연(28)은 김연경에 대해 "분위기 메이커다. 입을 쉬지 않는다. 주장 말도 제일 잘 듣는다"고 웃으며 "늘 열정적이고 긍정적이다. 그런 부분 많이 보고 배우려 하고 있다. 여러모로 좋다"고 말했다. 이재영(24)도 “(김)연경 언니가 파이팅이 좋아서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월 도쿄올림픽 예선에서 입은 복근 부상으로 아직 재활 중인 김연경은 완전치 않은 몸 상태에도 미니게임에서 정상급 기량을 보여줬다. 이다영, 이한비(이상 24), 도수빈(22), 김세영(39), 김채연(21)과 함 팀을 이룬 그는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이 올려준 공을 받아 강스파이크를 내리꽂았다. 공을 받기 위해 코트 바닥으로 슬라이딩 하는 등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다. “역시 김연경”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후배들이 자극될 수밖에 없다.

괜히 세계 정상급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 게 아니다. 김연경은 에이스ㆍ분위기 메이커 ㆍ정신적 지주 등 ‘1인 다역’을 소화하고 있다. 훈련 때 이주아(20), 이한비 등 나이 차가 많이 나는 후배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11년 만에 V리그 무대로 돌아온 그는 빠르게 팀에 녹아 들었다. 그는 “처음 보는 선수들도 있어서 이름을 외우는데 고생을 했다. 후배들에게 먼저다가 가려고 노력한다. 특히 식사를 할 때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한다. 후배들이 제가 없으면 허전하다고 할 정도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동료들은 벌써 ‘김연경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이재영은 “(김)연경 언니가 워낙 열정적이다. 파이팅이 넘친다. 승부욕이 저보다 강하다. 언니가 워낙 열심히 하고 자기 임무를 충실히 소화하기 때문에 옆에서 배울 게 많다”고 치켜세웠다.

박미희 감독-김미연-김연경-이재영-이다영(왼쪽부터). /OSEN

국가대표 에이스 김연경의 복귀로 흥국생명은 단숨에 '공공의 적', ‘우승후보 0순위’로 부상했다. 세터 이다영의 가세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레프트 이재영까지 붙잡으면서 역대급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팀의 통합 우승만 생각하겠다는 김연경은 자신을 포함한 특정 선수들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현상을 걱정했다. "저와 재영이, 다영이에게 너무 포커스가 맞춰져서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다. 배구는 팀 스포츠다. 원팀으로 배구를 해야 하는데 우리가 관심을 너무 많이 받아서 부담된다"면서 "그래도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있고 자기 몫을 다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니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연경은 "올해 목표는 세 가지다. 우선 통합우승을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트리플크라운(서브·블로킹·후위 공격 각각 3개 이상)을 하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독님 말을 잘 듣는 게 목표"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박 감독은 함께 웃으며 흐뭇함을 드러냈다.

용인=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