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신용융자 14조원 넘으며 '사상최고', 증시 부담에도 추가상승 기대 '여전'
개인 투자자들의 신용융자 주식 거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픽사베이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국내 증시가 연중 최고치 경신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동학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 시장의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빚투'란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사나 저축은행 등에서 투자자금을 대출받아 주식을 사는 행위를 일컫는 말로, 증시에선 신용융자 잔고 규모로 대략적인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신용융자 거래는 향후 주식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될 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만약 주가 상승 전망이 맞을 경우 본래 자금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보다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주가가 하락할 경우 추가 증거금 입금, 증거금 부족으로 인한 반대매매 등으로 더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특히 신용융자로 조달한 자금의 경우, 보통 3개월 이내에 원금을 상환해야하기 때문에 짧은 투자기간 동안 수익을 올려야 하는 부담도 크다.

◆ 국내 증시, 신용융자 14조원 상회 '사상 최고'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한 국내 증시의 신용융자 잔고는 14조원을 상회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국내 증시의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10일 사상 처음으로 13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 24일 14조원 마저 넘어섰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지 불과 14일 만에 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운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연초 급락세를 보였던 국내 증시가 브이(V)자형 반등을 보이면서 상반기 내내 강한 회복세를 보인 것이 투자자들의 심리 개선으로 이어진 결과다. 

실제로 국내 신용융자 잔고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국내외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 3월말 6조원대까지 떨이진 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수의 흐름 역시 유사한 모습이다. 코로나19로 지난 3월 한때 1430선까지 떨어졌던 코스피 지수는 어느새 2260선까지 올라온 상태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2276.79포인트까지 오르면서 지난 1월 20일 장중 기록했던 연중 최고치인 2277.23포인트 탈환을 눈앞에 뒀다.

코스닥 지수 역시 최근 바이오기업들의 주가 강세에 힘입어 연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3월 420선을 하회했던 코스닥은 지난 27일 800선을 돌파하며 2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 달라진 개인투자자들, 대형주 등 투자에 신용융자 적극 활용

이 같은 주식시장 강세의 배경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집중적인 매수세가 한몫을 톡톡히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일 주식을 팔아치우며 국내 증시의 투자비중을 줄이는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이 매도 물량을 모두 받아내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상반기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많은 수의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으로 유입됐다.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신용융자를 활용한 주식 투자도 크게 늘었다.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과거 시가총액이 작은 소형주 위주의 단타 매매에서 벗어나 삼성전자, 현대차, 삼성바이오로직스, SK텔레콤 등 시가총액 상위 우량주를 대거 매수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 역시 신용융자 확대에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시총 상위주의 경우 상대적으로 신용거래 금액의 비율 제한이 적어 보다 많은 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국내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신용융자 주식 거래는 개인 투자자가 매수하려고 하는 주식 주문가격의 40%에 해당하는 현금을 증권사에 보증금으로 제공하고, 증권사로부터 나머지 60%의 자금을 빌려 주식을 사는 형태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1000만원 가량 주식을 사려는 개인 투자자의 경우 400만원의 현금만 있으면 1000만원 어치 주식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신용융자 자금 규모와 증거금 비율 등은 각 증권사마다 조금씩 다르다. 또한 개인 투자자의 신용상태와 증권사가 정해놓은 고객등급, 투자하려는 주식의 분류등급 등에 따라 융자금 규모나 비율 등이 각각 달라 신용융자 투자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증권가, 신용융자 급증에 자금공급 조절...증시 추가상승 기대

이 같은 개인 투자자들의 신용거래 급증으로 증시 변동성 확대와 증거금 부족 등을 우려한 증권사들은 자체적인 위기관리에 나섰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이달 들어 개인 투자자에 대한 신용거래 자금 공급 조절을 실시하고 있다. 급격한 신용융자 증가로 인해 주요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한도가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증권사)는 투자자에 대한 신용공여시 신용공여 자금의 총 합계액이 자기자본의 100분의 100(100%)을 초과해서는 안된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초 개인 투자자에 대한 예탁증권(주식) 담보대출을 중단했으며, 삼성증권과 KB증권 역시 최근 담보대출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이상민 카카오페이증권 연구원은 "현재 증권사들이 신규 신용 융자에 대해 서서히 제동을 거는 모습이 발견되고 있다"며 "역대 최고의 신용 융자 잔고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과열 시그널이 발생하였다 한들, 그것이 즉시 (증시) 추세의 반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신용융자 급증과 대외 악재 등으로 인한 증시 부담이 커질 수는 있지만,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판단이다.

이상민 연구원은 "미중 분쟁, 코로나의 세컨드 웨이브, 미국 경기 부양안 실망감,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을 필두로 한 기술주의 조정 등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한 일이 현실화 된다 하더라도, 결국 시장의 생명력은 꺾이지 않을 것이고 잠깐의 조정으로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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