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배우 신동욱에게 tvN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가족입니다')는 열일을 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17년 동안 배우 생활을 하면서 한 해에 두 작품을 연달아 촬영한 적이 없었지만 '낭만닥터 김사부2'를 마친 후 바로 '가족입니다' 촬영에 들어갔다. 어떤 작품보다도 하고 싶다는 욕심이 강했기 때문이다. 신동욱은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때 이건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본이 정말 훌륭해서 작품이 잘 안 되면 배우들 탓일 것 같다고 생각했을 정도다"라고 애정을 드러내며 "대본을 읽으면서 '이런 작품이 또 있을까' 생각했다. 가족에 대한 시각이 색다르면서도 현실적이고 직설적이라 신선했다. 정말 하고 싶은 작품이었다"라고 말했다.

- 어떤 매력이 있었나.

"대본을 읽고 바로 대표님한테 출연하겠다고 얘기했었다. 어떻게 이런 작품, 이런 대본이 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동을 받았던 것 같다. 그때 대표님한테 '작가님이 영혼을 갈아 넣었다'라고 말했었다. 정말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 그래도 캐릭터 때문에 출연을 고민하지는 않았나.

"대본을 읽으면서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고 결말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안 했다. 현실적이니까. 어떻게 보면 양다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상황을 여과 없이 보여주니까 오랫동안 헤어지지 못하고 있다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발전되면서 멀어질 수도 있겠다고 이해했다. 상황이 주는 정당성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럴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 실제로 그런 상황이었던 적은 없었나.

"사람을 많이 만나는 타입이 아니라서 그런 적은 없었다. 실제의 나라면 헤어지고 만났을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 내가 하지 않는 행동들을 해볼 수 있는 게 드라마의 매력이고 배우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낭만닥터 김사부2' 때도 생각해보면 내가 언제 뼈를 맞추고 수술을 해보겠나. 드라마니까 가능한 거다."

- 그래도 회사원 역할이 낯설지는 않았나.

"예전에 책을 한 번 낸 적이 있어서 출판사는 익숙한 편이었다. 직원들의 생활패턴을 접해본 적이 있어서 따로 준비가 필요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드라마 찍을 때 애드립이 나온 것도 있는데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책을 냈던 게 도움이 많이 됐다."

- 그럼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따로 준비한 게 있었나.

"체중을 조금 늘렸다. 감독님이랑 CP님이 너무 마른 체형으로 나오면 진짜 바람둥이처럼 보일 수 있겠다고 해서 운동을 열심히 했다. 요즘 헬스장도 못 가니까 집에서 운동하면서 4kg 정도를 늘렸다. 그래서 초반보다는 어깨도 넓어졌고 한예리를 뒤에서 껴안는 장면에서 어른이 안는 느낌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드라마 찍으면서 가장 많은 몸무게인데 잘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한 거라 만족한다."

- 쉬지 않고 바로 작품을 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것 같은데.

"그런 것보다 초반에 뭘 해도 뼈샘이 나와서 그걸 벗어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목소리 톤을 조금 더 낮은 톤으로 솔직하게 말하려고 했다. 그리고 정적인 것들을 표현하려고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연기했던 것 같다."

- 그럼 한예리와의 호흡은 어땠나.

"한예리는 생각보다 말랑한 사람이다. 처음 이미지는 딱딱할 것 같고 다부진 느낌이 있는데 알고 보면 그렇지 않더라. 그래서 같이 연기할 때 더 재미있었다. 딕션도 좋아서 잘 들리기도 하고. 어떤 애드립을 던져도 잘 받아줘서 편했다."

- 하지만 김지석과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 더 많았는데.

"지석이 형이 누구랑 같이해도 잘 어울리는 캐릭터라 그런 것 같다. 캐릭터 자체도 모든 걸 다 들어주는 역할이었으니까. 나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하고도 케미가 좋았다. 요즘 남남 커플이 대세인 것 같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래도 나는 한예리파다. 직진남이 좋다(웃음)."

- '가족입니다'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하고 나서 생각이 바뀐 게 있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느꼈다. 물리학 공식 같은 건 그냥 외우고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사랑은 그렇지 않으니까.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유일한 난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족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난제인 것 같다. 가족이라는 단어에 묶여 한 울타리 안에 있지만 사실은 타인이니까. 서로를 정말 모르고 입장도 다르고. 그래서 가족이 뭔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 그럼 실제의 신동욱은 '가족입니다' 중 어떤 인물과 가장 가깝나.

"은주(추자현)에게 대입을 많이 했다. 장남에 장손이라서 그런지 공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연기하면서는 몰랐는데 나중에 드라마를 보니까 내가 은주랑 비슷해 보였다. 차가운 것 같으면서도 그게 다 정이 있어서 말 하는 거니까. 그리고 실제 성격이 주변 사람이 잘못되는 걸 그냥 두지 못하고 해결해야 하는 편이다. 직설적으로 말하기도 하고. 가족에 문제가 생기면 풀어주고 이해시켜주려고 한다."

- 1년에 두 작품을 했을 정도로 열일했는데 차기작은 정해진 게 있나. 

"'낭만닥터 김사부2' 하고 바로 '가족입니다'를 하게 돼서 한, 두 달 정도는 쉬려고 한다. 1년 동안 계속 대사를 외웠더니 잘 안 외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 잠깐 머리를 좀 비워야 할 것 같다."

- 벌써 데뷔 17년 차다. 지금까지를 돌아본다면.

"이번 작품 고를 때도 그랬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주인공 역할로 들어오는 작품만 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배역의 크기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보면서 즐거울 수 있는 그런 작품을 하고 싶다. 돈도 많이 벌어야겠지만 사실 나는 그런 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좋다(웃음). 지금까지 내가 읽었을 때 공감이 가는 작품들을 선택했는데 보통 내가 공감하면 시청자분들도 공감해주더라. 그래서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쭉 해 나가고 싶다."

사진=스노우볼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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