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4900원 도스코파스 1년에 200만병...유통업계 최단기간 최다판매
[한스경제=변세영 기자] 과거 ‘비싼 술’로 인식됐던 와인이 럭셔리함을 벗고 서민 술로 변신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 부담 없이 ‘홈술’을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덩달아 ‘초저가’를 내세운 와인이 활기를 띠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가 지난 6월 선보인 3900원 와인 ‘레알 푸엔테’는 일 평균 1만병씩 판매되며 초도 물량이 2주 만에 절반 이상 판매됐다.
‘레알 푸엔테’는 스페인 토착 품종인 템프라니요로 만든 와인으로 드라이한 제품과 세미 스윗한 제품까지 총 2종으로 출시됐다. 롯데마트는 1차로 준비한 40만병의 물량이 모자라 최근 50만병을 추가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마트가 지난해 8월 선보인 4900원짜리 와인 ‘도스코파스’도 인기가 뜨겁다. 지난해 첫 출시된 이후 1년 만에 200만병 이상이 팔려나가며 유통업계 내 최단기간 최다판매량 와인으로 등극했다.
도스코파스는 초저가에 막강한 라인업까지 갖췄다. 이마트는 지난해 8월 도스코파스 2종을 처음으로 선보인 후 화이트와인 샤도네이 품종과 대용량 1.5ℓ 까버네쇼비뇽 제품을 추가해 소비자들 선택의 폭을 넓혔다. 샤도네이는 판매 3개월 만에 16만병 이상 판매되며 올해 가장 많이 판매된 화이트와인으로 등극했다.
초저가 와인 경쟁에 편의점도 가세했다. 편의점 이마트24는 유명 와인 산지의 와인을 부담 없는 가격으로 제공하기 위해 이달 초 단독 와인 단독브랜드인 ‘꼬모(COMO)’를 출범했다. 브랜드 출시와 함께 칠레산 까버네쇼비뇽과 이탈리아 모스카토 와인 2종을 각각 9900원에 내놨다. 이달 30일 기준 와인 판매를 시작한 지 채 1달이 안됐지만, 각각 1만병 이상씩 팔려나가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마트24 MD는 “와인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가성비 좋은 다양한 와인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유명 산지별 대표 와인을 시리즈로 선보이는 독특한 콘셉트의 꼬모 와인을 통해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술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저가 와인은 더욱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롯데마트 내 6000원 이하의 초저가 와인 매출은 전년 대비 216.4%가량 신장했다. 가격대가 낮은 와인을 집에서 부담 없이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가 초저가 와인 한 병으로 남길 수 있는 마진은 크지 않다. 그럼에도 가격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신규고객 확보와 집객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롯데마트는 3900원짜리 제품 출시 이후 전체 와인 상품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90% 신장했다. 그중에서도 그동안 와인을 한 번도 구매하지 않았던 신규 고객의 유입 비율이 약 6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에서도 4900원짜리 와인 출시 후 와인 입문자가 늘면서 와인 매출이 20.5%, 구매 고객은 36% 증가했다. 저가 상품을 시작으로 고객을 매장 유입을 늘려 고객을 ‘락인(Lock-in)’하는 효과가 생긴다는 분석이다.
편의점 관계자는 “와인 애호가들이 많아지면서 고가 와인을 즐기는 이들이 전보다 늘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1만원대나 그 아래 저렴한 와인이 가장 많이 나간다”라면서 “와인을 특별한 날에만 먹는 게 아닌 평소에도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앞으로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