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이 익숙함이 되어버린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다. 낯선 작은 변화들이 큰 차이를 이끌어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한다.

언택트 문화 심화가 디지털 변혁의 가속화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코로나사태가 자연친화적인 삶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있다. 경기는 갈수록 악화일로로 치닫고, 서민들의 팍팍한 삶은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다. 

이런 위기감의 발로에서 탄생한 전환국면용 카드가 ‘한국판 뉴딜’이다. 극심한 경기침체 극복과 구조적 대전환 대응을 위한 총체적 경제위기의 타개책이다. ‘뉴딜’은 1930년대 미국이 대공황 극복을 위해 추진한 경제정책에서 유래된 용어로 위기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정부정책을 지칭한다. 

‘한국판 뉴딜’은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190만1,000개를 창출하는 대규모 재정정책이다.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대전환의 지향점을 설정하고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탄소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불평등 사회에서 포용사회로 도약하는 비전을 제시한다.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를 3대 축으로 10대 대표과제와 전체 28개의 세부과제로 구성된 종합계획이다. 

핵심적 정책방향을 살펴보면, 디지털 뉴딜을 통해 경제전반의 디지털 혁신과 역동성을 촉진·확산하며, 그린 뉴딜 추진으로 경제기반의 친환경·저탄소전환을 가속화하고, 사람중심 포용국가 기반의 안전망 강화로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한국판 뉴딜’에 대한 반응은 다양하다. “경제회복을 견인하는 대안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더불어, “이전 정부들이 추진한 산업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예상할 수 있듯 ‘한국판 뉴딜’이 본격화되어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이 더욱 발전·확대된다면 규모와 범위효과를 누릴 산업과 그렇지 못한 분야와의 경제적 혜택의 차이는 클 것이다. 특히 계층 간 누리게 되는 경제적 불균형은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소위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를 범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부분적 성립의 원리를 전체적 성립으로 확대함에 따라 발생하는 오류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케인즈가 주장한 ‘절약(저축)의 역설’이다. 개인의 저축은 개인을 부유하게 만드는데 반해서 모든 사람이 저축을 하게 되면 오히려 경제전체의 부를 감소시킨다는 논리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판 뉴딜’을 통해 창출되는 정책적 혜택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핵심적 기술영역에서 빗겨선 제조업 중심의 아날로그 산업과 화석연료 기반산업의 위축과 쇠락이 필연적으로 닥쳐 또 다른 위기를 동반할 수 있다.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산업과 기업의 추락은 새로운 사회적 갈등을 촉발해 사회적 비용을 증대시킬 수 있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아니라 오히려 전체의 부가 감소한다면 정책적 효과는 반감하고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게 된다. 

‘한국판 뉴딜’이 궁극적으로는 경제전반의 균형발전을 위한 성장 모멘템으로서의 역할이 함께 강조되어야 한다는 근거다.  

대공황시기 7년에 걸친 ‘뉴딜’은 단순한 경제정책에 그치지 않았다. 정치·사회전체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쳐 미국 번영의 초석이 됐다. 이런 측면에서 ‘뉴딜’의 역사적 의미를 짚어봐야 한다. 당시 정책비전과 목표가 공유되어 경제 주체들의 합의된 결집을 추동하였다는 점이다.

‘한국판 뉴딜’의 성공이 ’구성의 오류‘를 극복하는데 달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새로운 정책이 가져올 사회적 갈등을 잘 살펴 ‘구성의 오류’를 해소하는 세심한 정책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판 뉴딜’이 추구하는 경제·사회의 미래 변화상을 기대해 본다.   

이치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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