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사모펀드 판매사에 운용사 감시 의무 부여...업계선 "실효성 담보 힘들어"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최근 옵티머스자산운용도 펀드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연달아 사모펀드 관련 대형 사고가 터지면서 사모펀드 시장 자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수많은 피해자를 만든 대형 금융사고를 사전에 막지 못한 금융감독당국 수장들은 머리 숙여 사과했으며, 유사 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와 함께 제도개선을 약속했다.

금융당국은 먼저 사모펀드의 건전한 운용 및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판매사와 수탁기관의 운용사 감시 및 견제 기능을 강화키로 했다. 또한 사모펀드의 운용과 판매에 관한 불건전영업행위를 제한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이미 지난 4월말 이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으며, 이달 초부턴 사모펀드 전수조사에 나서는 등 시장 전면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업계의 시선은 반갑지만은 않다. 금융당국이 해야할 감시업무의 상당 부분을 펀드 판매사에게 떠넘기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감독원이나 검찰 등 국가기관이 아닌 일반 사기업인 은행과 증권사가 얼마나 실제적으로 운용사를 감시, 감독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최근 옵티머스자산운용도 펀드환매 중단을 선언하면서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감독 강화에 나섰다./연합뉴스

◆ 금융당국 "사모펀드 판매사가 운용사 감시, 견제해야"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27일 사모펀드 감독 강화 및 전면점검과 관련해 행정지도 안을 발표했다. 이들 감독당국은 이미 판매사와 수탁기관 등을 통한 전체 사모펀드에 대한 자체 전수점검에 나섰으며, 금감원과 유관기관으로 구성된 전담검사반을 꾸렸다.

당국의 행정지도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은행과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에게 운용사(집합투자업자)에 대한 감시와 견제 의무를 부여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르면, 펀드 판매사는 운용사가 제공하는 설명자료를 투자자에게 제공하기 전에 사전검증을 해야한다.

주된 검증사항은 집합투자규약과 설명자료의 정합성, 설명자료에 표기된 주된 투자전략 및 그에 따른 투자위험 등 투자자가 알아야할 정보들이다. 판매사는 투자제안서 등 명칭을 불문하고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설명자료의 내용이 적절히 기재되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해야한다.

또한 펀드 판매 이후에도 운용사의 협조를 받아 사모펀드의 운용과 설명자료상 주된 투자전략이 일치하는지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는 매분기 마지막 날로부터 20영업일내에 운용점검에 필요한 정보를 사모펀드 재산을 수탁한 신탁업자의 확인을 받은 후 판매사들에게 제공해야한다. 여기엔 해당 분기말 기준 자산유형별 편입 비중, 레버리지 비율 등 운용점검에 필요한 합리적인 수준의 정보를 포함해야만 한다.

이 같은 정보를 운용사로부터 받은 판매사는 해당 자료를 수취한 날로부터 10영업일내에 운용점검을 완료해야한다. 만약 운용사의 실제 펀드 운용행위가 설명자료상 주된 투자전략 등과 부합하지 않을 경우, 운용점검 완료 즉시 운용사에 운용행위의 철회와 변경, 시정 등을 요구할 수 있다.

판매사의 이런 요구에 대해 운용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요구를 받은 날부터 3영업일 내에 요구사항을 이행하고, 판매사에게 해당 이행내용을 고지해야한다. 다만 요구이행이 곤란한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엔, 판매사와 이행기한을 합의해 해당 기한내 이행하면 된다.

판매사는 운용사가 특별한 사유 없이 운용점검에 따른 요구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이를 지체 없이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법령 개정 등의 후속조치를 추진 중이나, 사모펀드 시장의 신뢰 회복 및 건전한 영업 관행의 조속한 정착을 위해 금융기관의 보다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투자자 보호와 부적절한 펀드운용 근절을 위해 제도개선이 시급하나 법개정 등 제도개선에 시일이 소요되는 과제가 있어, 행정지도를 통해 주요과제를 선제적으로 시행하고, (사모펀드) 전수점검을 체계적, 효과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내달 10일까지 이번 행정지도 내용에 관한 의견을 청취한 이후 금융위 내 금융규제심의위원회에서 심의, 의결을 거칠 예정이다. 위원회 의결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이르면 내달 12일부터 행정지도가 시행된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증권업종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29일 사모펀드 사태 해결을 위해 청와대가 직접 나설 것을 촉구했다./연합뉴스

◆ 금융권, "당국 행정지도, 실효성 의문...감독책임 다해야"

하지만 금융당국의 행정지도안을 마주한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권에선 고개를 갸우뚱하는 반응을 보였다. '사모펀드 시장 건전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 방법에는 공감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감시, 감독의 책임 중 상당 부분을 일반 사기업인 판매사에게 전가하고 있는 부분이나, 그에 따른 실제 효과를 담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사모펀드 운용사를 감시하기 위한 별도 인력 충원, 업무처리 기간 등의 현실적인 요인들도 좀 더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사모펀드 운용사가 제공하는 설명자료를 판매사가 사전에 검증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펀드 판매 이후 사모펀드의 실제 운용과 설명자료상 주된 투자전략이 일치하는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은 결국 운용사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다.

앞선 라임 사태나 최근 옵티머스 펀드 사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운용사 측에서 거짓 자료를 제시할 경우, 수사권한이 없는 일반 기업인 판매사가 그 진위여부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매 분기 운용사로부터 운용점검에 필요한 정보를 받은 판매사가 10영업일 이내에 운용점검을 완료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수많은 펀드를 판매하는 판매사의 입장에선, 10영업일은 너무도 짧은 시간이다. 만에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해당 업무를 소홀히 할 수도 없다. 

한 은행 관계자는 "운용사가 자체 컴플라이언스에서 해야할 일을 판매사, 수탁사에게 하라는 것인데, (이를 수행하려면) 사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감독원의 일을 펀드 판매사 같은 기업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면서 "차라리 (사모펀드)운용사 인가를 낼 때 관련 기준을 더 강화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 역시 "감독하는 기관이 해야할 일이긴 한데, 현재 상황에서는 이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그래야 사모펀드 운용사들도 꼼수를 안쓰고, 정상적으로 (운용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펀드 운용점검시) 날짜를 정해주기보다는 (판매사에게) 권한을 주는게 좀 더 효율적일 것 같다"며 "그래도 판매사들 입장에서는 자산 관리를 할 수 있어서 (이전보다는) 좋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한편, 증권업계에선 미국의 '페어펀드(Fair Fund)'와 같은 투자자 우선 구제 제도의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페어펀드 제도는 금융상품 관련 위법 행위자에게 징벌적 벌금을 징수해 이 재원을 기반으로 투자자를 우선적으로 구제하는 제도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는 최근 연이은 사모펀드 관련 사고에 대해 "이번 사태는 고위험상품 문제가 아닌 금융사기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금융사기 피해고객을 위한 구제기금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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