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민 기자] 골프 방송에 나오는 미디어 프로들은 정상급 선수 못지않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SBS골프에서 미디어 프로로 활동 중인 박시현(32)은 골프 팬들이라면 알 만한 인물이다. 30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1라운드가 열리고 있는 제주도 제주시 세인트포 골프앤리조트(파72ㆍ6500야드)에서 ‘골프테이너’ 박시현을 만났다.
2007년 KLPGA에 입회한 그는 2008~2010년 1부 투어에서 활동하다 2010년대 초반부터 서서히 방송계로 진로를 틀었다. 그는 “선수 시절 성적이 좋지 못해서 방송 일을 시작했는데 적성에 맞았다. 먼저 이 길을 밟은 한설희(39), 최여진(44) 선배가 많은 도움을 주셨다. 2012년 레슨 테라피 ‘I Love Golf’가 첫 프로그램이다. 미디어 프로 10년 차다. 운 좋게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선수 때와 달라진 점을 묻자 “지금은 제3자 관점에서 보니 시야가 넓어졌다. 구질이 다른 선수들을 많이 본다. 선수 때 보지 못했던 부분을 보게 되더라”고 답했다.
평소 챔피언 선수와 가장 가까이에서 대화하는 박시현은 “전인지(26), 이정은(24), 김해림(31)의 우승 순간도 생각나지만 선수 시절 함께 뛰었던 안송이(30)의 우승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승 후 옆에서 우니깐 저도 울컥했다. 준우승을 많이 하다가 우승했던 터라 진심으로 축하했다. 현장에선 눈물을 참았는데 집에 와서 동영상을 다시 보니 눈물이 났다”고 떠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그도 낯선 경험을 했다. 그는 “갤러리분들이 늘 인사도 건네주시고 먹을 것도 가져다 주셨는데 이젠 그런 일이 없어졌다. 문진표 작성도 새로웠다. 인터뷰는 선수가 이어폰을 끼고 중계석과 연결하는 크로스토킹으로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날씨에 관한 고충도 전했다. 그는 “편의점에서 산 1500원짜리 우의를 입고 중계한 적도 있다. 추울 때나 더울 때 유독 힘들다. 대회장에서 숨이 안 쉬어질 때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숭실대 대학원에서 IT정책경영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스포츠와 IT를 접목해서 무언가를 해 보고 싶다”며 “그게 유튜브와 관련된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유튜브 계정 ‘박시현의 빡시게TV’를 운영 중인 그는 “요즘 골프 선수들이 유튜버 활동을 하는 게 보기 좋다”고 언급했다.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 출전 중인 고진영(고진영고진영고)과 박인비(박인비 인비리버블), 유소연(유소연, 유티쳐) 등은 유튜버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박시현은 “제가 선수로 활동할 땐 저런 걸 하면 ‘쟤는 왜 저래’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지금은 달라졌다. 튀어야 하고 돋보여야 하는 세상이다”라며 “투어 활동할 땐 안 그랬는데 방송을 꾸준히 한 지금은 자신감이 있다. 부끄러움도 덜 탄다. 골프 선수들도 유튜버 활동을 하다 보면 자신감이 생길 것이고, 그게 멘탈이나 경기력 측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하나(28) 선수도 인스타그램에 춤추는 영상을 올린다. 그게 자신감이다. 일부는 좋지 않게 볼 수 있지만 그런 게 경기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많은 선수들이 유튜버 활동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