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지난달 31일부터 시행
서울·수도권 전세가 변동률↑… "매물 없고 호가 크게 뛰어"
전문가 "전월세 주택 공급 축소 우려… 서민 직격탄 맞을 것"
서울 마포구 한 부동산의 모습.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전세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른바 ‘임대차 3법’ 중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국회와 임시 국무회의를 거쳐 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서울·경기 등 수도권 중심으로 전세가가 크게 뛰는 모양새다. 시장에 대한 불안이 증폭되면서 향후 전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4주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0.17%로 직전 주 0.14%에 비해 상승폭이 확대됐다. 이는 지난해 9월 2주 변동률이 상승으로 전환한 뒤 기록한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과 경기를 비롯한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이 0.16%에서 0.18%로 상승했고 서울은 0.12%에서 0.14%, 경기는 0.20%에서 0.24%로 오름세가 커졌다. 수도권 변동률은 지난해 8월 2주 상승 전환 후 고점을 경신했다.

감정원은 “서울의 경우 실거주요건 강화와 임대차 법안 추진·저금리 등으로 매물 부족에 따른 수급 불안과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학군이 양호하거나 접근성이 좋은 역세권 단지, 정비사업 이주수요가 있는 지역 위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강남구는 개포·대치동 구축 등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단지 위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며 “송파구는 잠실동 인기단지나 문정동 구축 위주로, 강동구는 고덕·강일·상일동 신축 위주로 매물 부족 현상을 보이면서 상승세가 지속됐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아파트 단지 모습. /김준희 기자

‘임대차 2법’ 시행 동시에… “매물 사라지고 집주인 문의↑”
전세 관련 지표가 치솟으면서 임대차 시장에 대한 우려가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이른바 ‘임대차 3법’ 중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공포안을 심의·의결 후 공포했다.

이에 따라 세입자는 계약 만료 1~6개월 전 집주인에 추가로 2년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집주인은 실거주 등 사정이 없을 경우 이를 받아들여야 하며 이때 임대료는 직전 계약액의 5%를 초과해 인상할 수 없다.

그동안 유례가 없었던 제도 도입에 시장은 그야말로 ‘혼란’ 그 자체다. 서울 주요 지역 인근 중개업소에는 전세 관련 집주인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인기 지역인 대치동의 경우 이미 호가가 크게 뛰고 매물 물량도 급감하는 등 ‘잠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지역도 대치동만큼은 아니지만 매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었다. 지난달 31일 방문한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인근 A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차 3법 도입 전부터 전세 가격은 올라가고 있었다”며 “114㎡의 경우 기존에는 5억~6억원 선에서 거래되던 게 지금은 8억5000만~9억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 동네는 입주가 완료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매물 자체가 거의 없다”며 “전세를 얻으려는 사람들은 물건이 없으니까 그 가격에 거래할 수밖에 없다. 임대차 3법 때문에 전세가는 계속 올라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인근 B중개업소 관계자 또한 “82㎡의 경우 입주할 때 전세 가격이 3억~4억원이었는데 지금 시세가 7억원까지 올랐다. 그나마도 매물이 거의 없다”며 “집주인들한테 문의가 많이 온다. ‘임대차 3법 도입됐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는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엘스아파트 단지와 상가 모습. /김준희 기자

또 다른 주요 지역 중 하나인 송파구 잠실동의 경우 최근 토지거래허가제와 임대차 3법 시행이 겹치면서 조금은 잠잠한 모습이었다. 이날 잠실 엘스·리센츠·트리지움 등 주요 단지 상가에 위치한 부동산들은 대부분 문을 닫고 있었다. 그나마 연 부동산도 인터뷰에 응하길 꺼렸다.

어렵게 입을 연 엘스 상가 C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물은 있다. 물건이 귀하긴 하지만 그렇게 많이 줄지는 않았다”며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되면서 기존 세입자들이 재계약을 하다 보니 거래량이 많이 줄었다. 물건보다도 손님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전세금 인상에 제한을 받으면서 속상해하는 집주인들이 많다”며 “임대차 3법뿐만 아니라 토지거래허가제, 세율 인상 등 온갖 규제가 겹치면서 ‘그냥 들어가서 살겠다’는 집주인들도 많다”고 현재 분위기를 읊었다.

전문가 “전세 물량 사라져 서민 직격탄 맞을 것”

혼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일제히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으로 임차인 거주기간이 길어지고 잦은 이사로 인한 부대비용 감소 등 세입자의 정주 안정성은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로 낮아지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이 이어지고 있고 7·10 대책에 따라 임대사업자 제도가 폐지되면서 주택임대사업 축소가 전·월세 주택 공급 축소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또한 “독일에서도 임대료상한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규제하지는 않는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전세 물량 자체가 없어져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국민들이 몸으로 받아야 하는데 충격이 어마어마하게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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