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란. /KLPG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18개 홀밖에 남지 않았어요.”

‘신인’ 유해란(19)은 2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8억 원) 최종 4라운드 1번홀(파4) 티샷을 앞두고 챔피언 조에서 동반 라운드를 하게 된 ‘핫식스’ 이정은(24)에게 가볍게 말을 건넸다.

농담조로 한 말이었지만, 최종 라운드에 임하는 유해란의 자세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1라운드부터 줄곧 리더보드 맨 윗줄에 이름을 올린 ‘디펜딩 챔피언’ 유해란은 추격을 당하는 입장에서도 크게 조급해 하지 않았다.

결과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시즌 3호)이었다. 유해란은 이날 제주도 제주시 세인트포 골프&리조트(파72ㆍ6500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엮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를 적어낸 유해란은 이정은(20언더파 268타)을 3타 차로 제치고 대회 2연패에 성공하며 우승 상금 1억6000만 원을 거머쥐었다. 신인 선수(아마추어+프로)가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것은 유해란이 역대 4번째다. 앞서 김미현(1995~1996년 한국여자오픈), 박세리(1995~1996년 서울여자오픈), 송보배(2003~2004년 한국여자오픈)가 아마추어와 프로로 대회 2연패를 기록한 바 있다.

아울러 유해란은 KLPGA 투어 72홀 최소 스트로크 우승 역대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3년 김하늘(32)이 MBNㆍ김영주골프 여자오픈에서 기록한 265타(23언더파)와 타이를 이뤘다. 유해란은 이번 우승으로 신인상 포인트가 기존 785점에서 1055점(1위)으로 오르면서 신인상 수상 경쟁에서 한층 더 우위를 점하게 됐다.

2위 이정은에 5타 차로 앞선 채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유해란은 초반 안정적인 코스 운영을 이어갔다. 1번홀부터 7번홀(파3)까지 파 세이브 행진을 했다. 12번홀(파3)까지 4타를 줄인 이정은에게 3타 차까지 추격을 허용한 유해란은 13번홀(파4)에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퍼트 실수로 보기를 냈고, 같은 홀에서 파를 기록한 이정은과는 2타 차이가 됐다. 그러나 유해란은 14번홀(파4)과 15번홀(파5)에서 연달아 버디를 잡아내며 사실상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유해란은 17번홀(파4)에서 1타를 더 줄였고, 18번홀(파4)에서 챔피언 파 퍼트를 성공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유해란은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편하게 플레이하자는 생각을 갖고 대회에 임했다. 좋은 마음으로 경기할 수 있어서 기쁘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해 우승할 수 있게 된 것도 드문 일이지만 그걸 또 해내서 다행인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초반 홀들에서 버디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 대해선 “조급해하지 않으려 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터닝 포인트가 됐던 홀을 두고는 “13번홀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보기를 기록하긴 했지만 이후 급해지기보단 차분해졌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다음 홀에 지장이 없었고 이후 좋은 흐름을 이어가게 됐다”고 언급했다.

유해란, 이정은과 챔피언 조에서 플레이한 임희정(20)은 5타를 줄인 끝에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3위에 올랐다. 김효주(25)는 버디만 5개를 낚고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해 장하나(28)와 함께 공동 4위에 포진했다. 4타를 줄인 조아연(20)은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6위를 차지했다. 전날까지 공동 12위에 오르며 시즌 처음 ‘톱10’ 진입을 바라봤던 유현주(26)는 2오버파를 쳐 공동 25위(합계 8언더파 280타)로 밀렸다. 물론 이 또한 KLPGA 챔피언십 성적(51위)을 넘어서는 자신의 시즌 최고 순위다.

제주=박종민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